[특파원 월드워치]韓日정상 ‘방문’ 신경전…‘유슈칸’은

  • 입력 2006년 3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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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초청하면 방문할 수 있다.”(16일 노무현 대통령)

“방문한다면 환영하겠다.”(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야스쿠니(靖國)신사 내 전쟁기념관인 ‘유슈칸(遊就館·사진)’을 놓고 한국과 일본 정상의 신경전이 뜨겁다. 물론 노 대통령의 말은 신사참배 반대쪽에 중점이 있다.

17일 야스쿠니신사를 찾아봤다. 한구석에서는 연극 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공사가 한창이었다. 연극 안내 포스터에는 ‘가미카제(神風)’라고 쓰인 흰 머리띠를 두르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원 복장을 한 배우의 사진이 보였다.

그 옆에 있는 유슈칸 2층에 올라서자 먼저 눈에 띈 곳은 ‘우리는 잊지 않는다’는 제목의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소극장이었다.

여성 해설자는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침략전쟁이 아니라 미국의 음모였으며, 일본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고 비장한 목소리로 부르짖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A급 전범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도쿄전범재판을 부당한 엉터리 재판으로 매도했다.

피에 젖은 일장기의 섬뜩한 영상을 뒤로하고 들어선 전시실은 평일 점심시간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시퍼렇게 날이 선 일본도, 옛날 사무라이의 갑옷, 구식 소총, 군사작전도 등이 가득한 2층 전시실 어디에도 전쟁을 반성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전후세대는 이곳에 와서 무엇을 배울까. 관람객들이 느낌을 적어 놓고 간 감상록 안에는 이런 글귀들이 보였다.

‘비통한 심정이다. 두 번 세 번 전쟁하고 싶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역사관에 완전히 세뇌돼 있다. 뭔가 해야 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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