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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5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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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틀루브의 프랑스 민요집 ‘오베르뉴의 노래’도 훌륭했고 소프라노 주디스 블레겐과 녹음한 듀오 음반도 멋있었지만, 기자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로시니의 오페라 ‘신데렐라(La Cenerentola)’ 영상물이었다. 지름만 DVD의 세 배 가까이 되는 육중한 LD(레이저 디스크)를 돌려 끼워가며 슈타데의 노래에 취했었다.
여배우 헬렌 헌트를 연상시키는 상큼한 미모의 슈타데는 목소리마저 메조소프라노로서는 화사하고 깜찍한 편이어서 더욱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연회에 못 가고 언니들 수발이나 들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면서 방심한 듯 탁 내려놓는 낮은 음표는 어찌나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던지.
이 오페라 영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 데는 음악 영상물의 거장인 장 피에르 포넬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파티에서 도망친 주인공이 누더기 옷의 신데렐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감독은 어안이벙벙해진 주인공 일곱 명의 중창을 ‘그림자놀이’로 처리한다. 인물을 비추는 조명을 다 끄고, 배경에만 환한 조명을 비춰 실루엣 연기를 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명작 영상물을 DVD로는 만날 수 없었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유니텔’ 사와 배포를 맡은 도이체그라모폰 사 사이의 협상이 매끄럽지 못했던 탓이다. 다행히도 두 회사는 그동안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영상물들을 올해부터 대거 DVD로 발매하겠다고 밝혔다.
메조소프라노 그레이스 범브리가 타이틀 롤을 맡은 카라얀 지휘의 ‘카르멘’을 비롯해 게오르크 솔티가 지휘한 훔페르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등 LD시대 추억의 영상물들이 대거 DVD로 처음 선 보일 예정이다.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전집 영상물도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상물들은 수입 발매되는 것이어서 한글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소한 온 가족이 볼 만한 ‘신데렐라’나 ‘헨젤과 그레텔’만이라도 한글 자막이 있다면 좋을 텐데.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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