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대재앙]엄마 양손에 두아들… “신이여!”

  • 입력 2004년 12월 3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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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 엄마는 잡고 있던 두 아들의 손 중 어느 쪽을 놓아야 하나.

호주에서 태국 푸껫으로 여행 온 질리언 설 씨는 호텔 수영장 옆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있다가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 끔찍한 순간을 맞았다.

엄청난 해일이 호텔을 덮치면서 순식간에 물에 빠진 엄마는 다섯 살짜리 라키 군과 생후 20개월 된 블레이크 군을 양손에 간신히 붙잡고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두 아이를 다 잡고 있으면 모두가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설 씨는 결국 주위에 있던 한 부인에게 큰 아들 라키 군을 붙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 부인은 라키 군을 잡아 주었지만 두 번째 파도가 닥치면서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해일이 덮치기 직전 둘째 아들의 기저귀를 가지러 호텔로 들어갔던 아버지 브래드 씨는 숙소 발코니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두 번째 파도가 밀려오고 아들이 물 속에 빠지는 것을 봤다. 이렇게 끔찍한 순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라키 군은 물에 잠긴 채 호텔 로비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가 기적적으로 해안경비원에 의해 구조됐다.

미친 듯이 아들을 찾아 헤매던 부부는 몇 시간 만에 해안경비원의 품에 안겨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라키 군은 “한참 동안 엄마를 부르며 울다가 지쳐 울음을 그쳤다”며 “손은 온통 흙투성이고 옷은 빨아야 한다”고 천진스럽게 이야기 했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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