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46>시각장애인用 오디오북 녹음 이규숙씨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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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일기자
박주일기자
“자원봉사는 사람이 살아가며 내야 하는 ‘월세’라고 생각해요.”

옛 동아방송에서 성우로 활동했던 이규숙(李圭淑·55·여·서울 노원구 중계동·사진)씨는 22년째 시각장애인용 녹음도서를 무료로 녹음하고 있다. 녹음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이나 자료의 내용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도 이용이 편한 녹음도서를 선호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

녹음도서 제작 봉사는 시간과 체력, 꾸준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섣불리 자원봉사하겠다고 나섰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분야다.

이씨가 녹음도서 봉사를 하게 된 것은 1982년부터. 1969∼1979년까지 10년 동안 동아방송에서 일했던 이씨는 ‘시각장애인이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동아일보 기사를 읽고 무작정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성우라는 사실을 숨기고 봉사에 필요한 교육을 한 달간 받았으나 워낙 출중한 실력으로 인해 교육 말미에 결국 전직이 ‘탄로났다’. 복지관측은 특별히 이씨에게 중3, 고3 국어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고 이씨는 그 후로 틈날 때마다 복지관에 들러 ‘인간시장’ ‘천국의 열쇠’ ‘소설 동의보감’ 등의 책을 녹음했다. 워낙 대사를 맛깔스럽게 읽어 이씨가 녹음한 테이프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고 한다.

그 후 지금까지 이씨가 녹음한 책은 소책자를 제외하고도 일반 두께의 단행본만 60여권에 달한다. 한 권을 녹음하는 데 보통 20∼3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집에서 밤에 녹음기를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이씨는 도서 녹음 봉사 이외에도 서울시가 공인하는 봉사시간 3742시간(19일 현재) 보유자이기도 하다. 이 3742시간은 이씨가 2002년 시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한 뒤 월드컵과 각종 장애인 관련 행사, 서울시립미술관과 청계천홍보관 등에서 봉사한 시간이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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