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유착 시민단체’ 존재이유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04-09-01 18:43수정 2009-10-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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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단체가 정부지원금을 받아 활동하며 정치권력구조 속으로 편입해 들어가는 것 같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명목은 비정부기구(NGO)이면서 정부 돈을 받아 정부 권력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외곽에서 지지하는 활동을 한다면 어용 관변단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2004 총선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특정후보 낙선운동에 관여했던 일부 시민단체 조직 중에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낙선운동 자체에 대한 합법성 시비도 있었지만 정부 돈이 흘러들어간 운동이라면 낙선한 후보들이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 비판 신문 공격에 앞장선 단체들도 정부기관에서 수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런 판이니 특정 시민단체들이 부르짖는 언론개혁의 순수성을 믿기 어렵게 됐다. 비판 신문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마저 보이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들이 강조하는 언론개혁의 정당성 또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들어 시민단체가 관여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행정부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임절차에서도 추천과 자문을 한다. 국가정보원의 과거사 규명에도 시민단체가 들어가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단체는 누가 감시하고 검증할 것인가. 국가기관의 업무와 정책에 관여하는 시민단체들이 과연 투명성과 책임성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은 단체로 엄선됐는지도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종걸 의원은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야당과 협의가 안 되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서라도 입법과제를 관철할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해 동원하는 시민단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

시민단체 간부들 중에는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당 의원으로 진출한 사람이 꽤 있다.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권력에 편승하는 것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민단체가 이런 연줄로 정부여당의 우군화(友軍化)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물결인 NGO운동의 시대적 역할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전한 시민단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시민단체는 특히 어떤 돈으로 운영되는지를 소상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내보내는 메시지의 건강성을 검증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기업에 요구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권력과 유착한 시민단체는 존재 이유가 없다. 이들에게 국민 세금을 한 푼이라도 지원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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