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라도 아껴야지”…서민들 ‘기름값 절약작전’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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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을 아껴라.’

경기침체 장기화에 고(高)유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회복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절약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분간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셀프 주유소를 찾는다=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기름을 넣는 셀프 주유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운전자들이 손에 기름을 묻히기 싫어하고 조작방법이 어려워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기름값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최근에는 셀프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김포공항 부근의 A 셀프 주유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이 20∼30% 늘어났다”며 “한번 셀프 주유소를 찾는 사람은 단골손님이 된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소는 휘발유 기준으로 L당 SK㈜는 15원, LG칼텍스정유는 20∼30원 싸다.

▽차를 산다면 경유차량을=서울지역을 놓고 볼 때 휘발유는 L당 1400원대, 경유는 1000원대다. 최근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휘발유보다 경유가격을 더 많이 올리고 있지만 아직도 경유차량의 가격메리트는 충분하다. 특히 중형차로 올라갈수록 경유차량이 휘발유차량에 비해 연료효율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차량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유차량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신규등록 차량 가운데 경유차량 비중은 올 1월 48.7%에서 6월에는 55.3%로 높아진 반면 휘발유 차량은 39.1%에서 33.2%로 떨어졌다.


▽웬만하면 대중교통을=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태경씨(35)는 ‘차돌이’로 불릴 정도로 운전을 좋아한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서울로 출근할 때 버스를 이용한다.

한 달 기름값이 과거에는 20만원 수준이었는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0만원까지 뛰어올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꼭 차를 사용할 일이 아니면 가급적 버스를 이용한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기름값이 10만원 이상 더 들어가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출퇴근 차량이 줄어들면서 실제로 올 상반기(1∼6월) 휘발유 소비량은 2757만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

▽주유는 멀더라도 싼 곳에서=주유소의 판매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땅값. 땅값이 비싼 서울과 도시지역의 기름값이 지방이나 외곽지역에 비해 비싼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많은 서민들은 불편하더라도 거주지보다 가격이 싼 곳을 찾아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허경원씨(34)는 “주말에 남편과 함께 외출했다가 귀가하는 길에 경기도에서 주유한다”며 “서울과 비교할 때 휘발유는 L당 100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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