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송진흡/광우병 자연섭리 무시한 '죗값'

  • 입력 2004년 1월 18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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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조류(鳥類)독감, 광우병(狂牛病) 등 가축 질병이 국내외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조류독감은 지난해 홍콩과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데 이어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도 캐나다에 이어 미국까지 발생 범위를 넓혔죠. 여기에다 돼지콜레라, 브루셀라병 등 다른 질병도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가축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축산 전문가들은 ‘잔인한 사육 방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단백질 공급원인 가축 고기를 짧은 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가축들을 좁은 우리나 닭장에 가둬 키우면서 가축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자유로운 이동권이나 종족 보존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인간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전락한 것이 가축 질병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광우병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광우병은 뼈나 고기로 만든 육골분(肉骨粉) 사료를 먹은 소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육골분은 대부분 각종 부스러기 고기나 뼈로 만들죠.

소들로서는 자연스럽게 동족의 고기와 뼈를 먹는 ‘식우종(食牛種)’이 되는 것이죠. 인간으로 따지면 ‘식인종(食人種)’인 셈입니다.

인간이 육골분 사료를 먹이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곡물 사료보다 영양가가 높은 육골분 사료를 먹여 생육 속도를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죠. 좀 더 빨리, 또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목적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셈이죠.

물론 이 같은 비인간적인 사육 방식 때문에 인간이 굶주림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죗값’을 지금부터 톡톡히 치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감출 수 없을 것 같네요.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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