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5일제 입법 더 미뤄선 안된다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22분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한 노사간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우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중재로 협상이 벌어진 사흘 동안 노사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기를 바라며 지켜봤다. 당사자간의 대화와 타협이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타협이 무산된 이상 이제는 국회가 차선(次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행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주5일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도 여야는 노사 양측의 반발을 의식해 이 법안의 처리를 지금까지 미뤄왔다. 그 사이 일부 힘센 대기업노조와 산별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사용자측을 밀어붙여 일방적으로 유리한 주5일제를 관철했다.

이처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강경 파업의 유혹이 커지고 파업에 따른 국민 경제의 충격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주5일제의 내용도 강성노조의 힘에 좌우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간에 편차가 커져 노-노(勞-勞)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우려가 높다.

국회 환노위는 노사간 협상이 결렬되자 18, 19일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정부안을 토대로 노사와 여야의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을 마련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국민 앞에 약속한 일정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안정되고 국회의 권위가 선다.

정부안이 근로자 복지증진과 함께 주5일제 도입의 기본정신인 산업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인지 의문이다. 노동계를 100% 만족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노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 중립적인 정부안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정부안은 3년에 걸친 논의와 갈등 조정의 산물이다. 국회가 불과 며칠 만에 정부안의 뼈대를 바꾸는 것은 개악(改惡)의 소지가 크다. 여야가 내년 총선 표를 의식해 국민 경제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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