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9000만원짜리 해리윈스턴 시계가 팔리는 이유는

  • 입력 2003년 6월 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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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신경 쓰지 마시오.’

제품을 팔아 이윤을 챙겨야 하는 기업이 가격을 무시한다면 이것은 거짓말이겠죠. 기업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적정 수준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품질은 좋아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면 시장에서 외면받겠죠.

하지만 가격을 무시하는 ‘듯한’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한국에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 2곳에 해리윈스턴 매장이 있습니다. 제일 값이 싼 시계는 940만원이고요, 고가(高價)는 9000만원이 넘습니다.

해리윈스턴은 생산 단계에서 가격대를 미리 정해놓지 않습니다. 너무 비싸 팔리지 않더라도 품질만큼은 세계 최고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요란스럽게 광고를 하지도 않습니다. 입소문을 통해 살 사람은 알아서 산다는 거죠. 대신 시계를 산 사람의 신분을 절대 노출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이처럼 믿기지 않는 가격표를 붙인 상품은 의외로 많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영국의 고급 유모차 브랜드인 ‘맥클라렌’은 300만원짜리 유모차를 15대 한정 판매했죠. 웬만한 유모차 10대값이었지만 일주일 만에 예약이 끝나버렸습니다.

삼천리자전거는 2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스웨덴의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는 200만원대 로봇형 진공청소기를 내놓고 서울 강남지역의 부유층을 공략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이런 제품들은 정말 가격을 무시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고가를 통한 ‘고급 이미지’를 얻습니다.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그 위에 ‘플러스 알파’를 노리는 거죠. 이와 같은 최고가 마케팅은 명품 또는 화장품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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