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37…강의 왕자(13)

  •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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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은 두선주보(頭先週步)면 초주호(初主好)하나 이만경궁(而晩景窮)하고…미령이 낳은 딸은 얼굴 한 번 봐주지 않았다…이름만 겨우 남을 통해 전하였으니…소진(素眞)…살아 있으면 언젠가 만날 날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소진아…너는 어찌 생겼느냐…관상이 제일 좋았던 아이가 소원인데…아이구 소원아…내 귀여운 딸아…어쩌다 용두목에 떨어졌느냐…물방울이 튀기면서 수면이 닫혔을 때…아버지와 너의 연도 닫히고 말았구나…네가 폐로 토해낸 숨의 거품은 부글부글 떠올랐다가…이내 꺼져버리고 말았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고!…혼이여…내 사랑하는 새끼야…아이구 불쌍한 혼이여…낙숫물 소리를 들을 때마다…처마 밑 물구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의 거품을 볼 때마다…나는 너의 마지막 숨을 생각한다…아아 소원아…슬픔이 내 목을 조이는구나…뜨겁다…눈물이다…나는 너의 죽음을 감내할 수가 없다…가엾다…한을 품고 물에 가라앉은 너도 가엾지만…너는 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단 하나뿐인 딸이었다…우철에게는 단 하나뿐인 여동생이었고…우근에게는 단 하나뿐인 누나였다……아이고 이럴 수가!…물위로 떠오른 시신의 얼굴은…아이구 눈부셔라!…빛이 달리기 시작했다…굉장한 속도다…소원의 끔찍하게 변한 얼굴을 자르듯…아이구 눈이 따라 잡을 수가 없구나…눈이 아아아아아아아….

“여보!” 희향이 다그치듯 소리질렀다.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두 손을 든 아기가 자지러지는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몸이 손이 되고…선이 색에 녹아…하양…검정…빨강…파랑…노랑…초록…황록…갈색…주홍…회색…분홍…물색…소원의 열한 살 생일날 사주었던 열두 가지 색 잠자리표 크레용이다…어어?…어떻게 된 것이냐?…빛이 속도를 잃고…큐우…파아…큐우…파아…큐우…파아…사라졌다…누군가의 숨결의 불려 빛이 사라졌다…캄캄하다…캄캄하다.

“의사 불러와야겠다” 우철이 일어섰다.

“의사 부르러 갔다가, 아버지 임종 못 볼 수도 있다” 희향은 얼굴의 위치와 표정을 고정하고 말했다.

“그래도, 이대로 보낼 수는…” 우철은 꼼짝하지 않는 옆얼굴에 말했다.

“누구도 이 사람의 혼을 되불러 올 수는 없다. 이 사람은 이제 곧 저 세상을 떠날 거다” 희향의 눈에는 분노가 응어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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