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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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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묻지 말고…태워서…강에다…”
“아버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깁니까?” 인혜가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니는 가만히 있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화장을 하겠습니다. 뼈하고 재는 강에다 뿌리라, 그 말씀이지요?”
“아아”
“알겠습니다”
용하는 후우 하고 길게 숨을 내뱉고 가슴 위에 두 손을 얹었다. 연기다. 모닥불인가? 헉헉 헐떡이는 가슴과 커다랗게 벌린 콧구멍을 앞으로 내밀고, 생-생 휭-휭, 이렇게 바람이 센데 연기가 흐르지 않다니 어찌된 일일까. 쌩-쌩 휭-휭, 뭘 태우고 있는 것인가? 용하는 꼬인 혀를 움직여 연기를 핥아보았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굽고 있는 것인가? 눈에도 코에도 연기가 들어오고, 아니, 아니지, 이건 내 몸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그런데 뜨겁지도 않고…내가 죽은 것인가?
우철의 아버지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젖은 입술을 움직이는가 했더니, 보라색 잇몸과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내가 아버지하고 얼라 보고 있을 테니까, 밥 먹고 와라. 오늘밤이 고비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한테도 그렇게 전하고”
인혜는 밥을 먹고 동치미와 산채 나물을 담은 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어머니는?”
“도련님이 무섭다고 해서 둘이 건너방에 누워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깨우라고 하시데예”
“…너무하시네” 우철은 소리가 나지 않게 숟가락을 들었다.
“도련님, 정말 벌벌 떨고 있습니다…아가씨가 그런 일을 당하고는 아무도 안 돌봐줬다 아입니까? 간신히 생활이 안정을 찾는가 했는데, 아버님까지 눈앞에서 쓰러지시고…정말로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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