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불길 뛰어든 이웃집 아저씨

  • 입력 2003년 1월 24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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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웃이 불길에 휩싸여 구조를 요청한다면?’

23일 오후 8시반경 서울 성북구 장위2동 한 주택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순식간에 안방 문까지 번져 그곳에서 자고 있던 집주인 김모씨(52)를 덮쳤다.

당시 안방에서 거실로 나가는 방문은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고 창문마저 방범창으로 막혀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이웃집에 사는 김중식(金仲植·37·봉제업체 운영·사진)씨가 불길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김씨는 안타깝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이웃 주민들을 제치고 곧장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한 주민이 위험하다며 극구 말렸지만 그를 막진 못했다.

김씨는 집에서 갖고 나온 빗자루로 방범창을 뜯어내고 집주인을 구해냈다. 그리고 이 집에 있던 가스통을 골목으로 옮겨 대형사고까지 막아냈다.

집주인 김씨는 다행히 얼굴에 가벼운 화상만 입은 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구해내야겠다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김씨가 나중에 한 말이다.

김씨가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한 건 이번이 두 번째.

15년 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봉제공장 종업원으로 일할 당시 공장에 불이 나자 그는 불길을 헤치고 들어가 연기에 질식해 있던 동료 직원 한 명을 업고 나왔다.

이로 인해 김씨는 온 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6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지금도 몸 곳곳에는 그때 입은 화상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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