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0…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22)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39분


길을 잃었거든 몇 번이고 외치거라 너 이름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

이야기는 아무 준비없이 시작하거라 큐큐 파파 어쩌다가 잘못 튀어나온 것처럼 자 터널을 빠져나간다! 얼굴을 빛으로 향하고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림자는 줄어들어 있었다 큐큐 파파 같이 뛰어주는 사토 코치와 다른 러너들의 그림자도 마찬가지 북쪽으로 60센티미터 정도 길이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어디로 사라져버렸나요? 할배!

“유씨! 올림픽 경기장이예요!”

기다리고 있던 관중들이 연호하였다 유미리! 유미리! 내 이름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 유미리! 유미리! 유미리! 손이란 모든 손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빨강 파랑 선명한 색채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원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과 양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왼쪽 위에 있는 건(乾)괘는 하늘과 봄과 동을 왼쪽 아래 이(離)괘는 태양과 가을과 남을 오른쪽 위 감(坎)괘는 달과 겨울과 북을 오른쪽 아래 곤(坤)괘는 땅과 여름과 서를 나타낸다

큐큐 파파 할배가 달릴 때는 가슴에 달지 못한 국기 큐큐 파파 나는 태어날 때 이미 잃어버렸던 국기 큐큐 파파

내 아들과는 다른 국기 오열이 끓어올라 숨을 들이쉬고 들이쉬고 과호흡 때문에 발작을 일으킬 것 같아 큐우 파아 큐우 파아 심호흡을 하면서 올림픽 경기장의 문으로 들어섰다 큐우 파아 큐우 파아

“트랙을 사분의 삼을 돌면 골이에요!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사토 코치의 구령 소리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겹쳤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내 다리는 두 사람의 구령 소리에 맞추어 속도를 높였다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골이에요! 제대로 밟아야 돼요!”

운동화 끈에 달려 있는 기록측정용 칩이 삐- 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

나보다 더 달리고 싶어하는 자가 내 안에서 뛰어나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길은 42.195킬로미터에서 시작되었다 길의 저편에서 불어온 바람에 하얀 셔츠가 돛처럼 부풀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열두 살 소년이 달리기 시작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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