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USA③]‘新테러’ 21세기 화두로

입력 2001-09-14 19:44수정 2009-09-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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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21세기가 2001년 9월11일을 기준으로 달라졌다고 기록할 것이다.’

뉴욕과 워싱턴의 처절한 테러 소식을 전하는 미국의 언론은 테러가 발생한 11일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점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와 군사력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가 사상 최악의 유혈 테러를 당한 상황에선 냉전 종식 후 유일 슈퍼 파워로서 미국이 누려 온 태평성대는 이제 ‘좋았던 옛 시절(good old days)’의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도 “이번 테러공격은 대통령과 국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각을 바꾸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천하무적으로 여겨졌던 초강대국이 예기치 못한 테러로 비틀거리는 것을 목도한 국제 사회는 21세기의 외교안보 환경이 20세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절감했다.

▼글 싣는 순서▼

- ①슈퍼파워 자존심 휘청
- ②부시 리더십 시험대
- ③‘新테러’ 21세기 화두로

소규모의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치밀한 테러가 전쟁만큼이나 파괴적일 수 있음이 여실히 확인된 상황에선 테러에 대한 대책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즉각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북한 등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국가들마저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어느 국가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연 미국이 어떻게 변모하느냐이다.

국무부가 4월 발간한 테러보고서(patterns of global terrorism 2000)는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거나 이들과 거래하지 말 것 △이들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테러지원국가를 고립, 압력을 행사할 것 △우방의 테러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 등을 테러에 관한 4가지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대처해 나가면서 테러 대책 등 본토 방위에 관한 예산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은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보다 테러 대응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우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확인시켜 줬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 비현실적인 MD체제에 집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은 “이번에 확인된 것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가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MD체제를 계속 추진할 태세이다.

어쨌든 부시 행정부는 국방 예산 축소 계획을 재검토하고 본토 방위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방 전략을 바꿀 개연성이 높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점증하는 반미 감정을 고려할 때 미국의 국익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하고 지역 갈등에 대한 개입을 기피하는 고립주의적 외교 노선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중동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면서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던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A타임스지는 13일 이번 사건 발생 후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이 환호한 것은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전세계의 미국 비판가들은 차제에 미국의 오만함과 이중 잣대가 개선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기후협약에 관한 교토 의정서 비준 거부 등 일련의 고립주의적 노선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아온 미국이 진지하게 외교안보정책의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남긴 여파는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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