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CEO]'창업준비' 박치완씨 부인 이경혜씨

입력 1999-11-22 23:58수정 2009-09-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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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9년. 남편은 현재 자발적 ‘실업자’다. 서울대출신으로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딴 박치완씨(37)는 몇달전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그만두고 정보통신 관련 창업을 준비중. 그래도 아내 이경혜씨(32·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남편을 닦달하는 법이 없다. 왜?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니까

▼아빠는 집안의 기둥▼

1년 전부터 남편에게 존대말을 쓴다. 8세 4세 두 딸들이 어리광을 피우면서 아빠에게 반말하는 것을 보고 당장 시작했다. 밥이나 국을 퍼도 항상 남편→자신→큰딸→작은딸 순. 막내가 “나는 왜 빨리 안줘”라며 불만을 표시하면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야.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먼저 모셔야하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요즘은 모든게 애들 위주잖아요. 외식할 때도 놀러갈 때도.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자기가 최고인 줄 착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어디 그리 많은가요.”

▼내가 칭찬하는 나▼

아침에 일어난 후와 밤에잠자리들기전 거울앞에 서게 된것도 남편에게 존대말을 쓰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시기.

‘나는 정말 예뻐. 생각도 바르고 항상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아낌없이 칭찬한다. 마음속으로 때론 소리를 내서.

“주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도 남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입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만 칭찬은 없어요.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라도 내가 스스로 칭찬하기로 했습니다.”패밀리 타임냉장고 한 쪽에 A4용지 한 장이 붙어있다. 한달 전부터 일요일마다 갖기 시작한 ‘패밀리 타임’에서앞으로우리가족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모아 만든 ‘가족사명서’다.

①우리 가족은 함께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한다.

②서로에게 항상 감사하고 도와주며 사랑과 감사를 표현한다.

③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며 또 열심히 노력한다.

④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우리가 가진 멋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되자.

▼아는 것이 힘▼

이씨는 최근 딸과 딸의 친구들을 모아 놓고 집에서 ‘영어동화 공부방’을 여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외국의 유명 대학을 나온 선생님에게 영어회화를 배우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별로’였다. 그래서 영문학과 출신인 이씨가 직접 나섰다. 딸도 가르치고 부수입도 올리고.

그의 목표는 ‘존경받는’ 엄마 아내가 되는 것. 남녀간 사랑은 ‘Know(알고)→Like(좋아하고)→Love(사랑하고)→Believe(믿고)→Respect(존경하고)’의 5단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대학시절 교수에게 듣고 깨달았다. 사랑보다 믿음과 존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지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집안 일에 관심을 보여주지 않으면 너무 속상했죠. 이제는 ‘따로 그러나 함께 사는법’을 배웠어요. 우리 가족만큼은 서로 믿고 존경하며 살았으면 해요.”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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