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의 수석 디자이너 장 콜로나 씨는 “아웃도어 용품의 첨단 기술에 세련된 디자인을 입혀 감각적인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웃도어 신제품 의류 발표회인데, 아웃도어 의류를 입은 사람은 없네요?”
기자의 물음에 장 콜로나 코오롱스포츠 수석 디자이너는 옆 사람을 가리켰다.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로의 비욘드뮤지엄에서였다. 그곳에선 올해 봄과 여름에 출시될 코오롱스포츠의 새 아웃도어 의류들이 전시 중이었다. 콜로나 씨가 손으로 가리킨 사람은 정행아 코오롱스포츠 디자인실 상무였다. 정 상무는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용 트렌치코트를 입은 듯했다. 콜로나 씨는 정 상무의 양해를 구하고는 코트의 겉과 속을 차례로 보여줬다.
“겉감은 방수 기능을 갖췄고요, 속은 구스다운(거위털) 소재로 만들어 따뜻합니다. 물론 코오롱스포츠 제품이고요.”
콜로나 씨의 설명이 없었다면 아웃도어 의류인줄 몰랐을 듯한 옷. 산이 아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입고 걸어도 어색하지 않을 옷. 정장 바지와 잘 어울리는 옷. 콜로나 씨와 코오롱스포츠가 3년 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진화한 아웃도어’의 모습이었다. 기술과 디자인의 조화… 아웃도어의 진화
프랑스 사람인 콜로나 씨는 2011년 3월 코오롱스포츠의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됐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여러 의류 회사와 협업을 해왔다. 하지만 아웃도어 디자인에 도전한 건 처음이었다. 협업은 코오롱스포츠에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2011년 당시 아웃도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그럼에도 초점은 대부분 등산에 맞춰져 있었다. 해외에서 아웃도어 의류가 여러 활동과 결합된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아웃도어 의류는 외국에선 이미 직장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겨 입는 옷이었다.
정 상무는 “코오롱스포츠가 전통이 오래된 브랜드이다 보니 유난히 등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걸 깰 수 있는 충격이 필요했고, 그런 일에는 콜로나 씨가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오기 시작한 것이 ‘시티 웨어 아웃도어(City Wear Outdoor)’다. 콜로나 씨가 선보인 디자인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저게 아웃도어라고?’라고 할 만한 옷들도 나왔다.
“단순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사 입었는데 알고 보니 방수, 방풍, 통풍, 보온 기능까지 있는 옷, 그런 게 이상적인 아웃도어 의류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술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옷이죠.”
기술과 디자인의 조화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기존 아웃도어 의류를 예쁘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리 창조적인 디자인이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기술이 없다면 구현할 수 없다. 콜로나 씨는 “디자인을 구상할 때부터 그것을 구현해 줄 기술, 실제 제품에 적용할 소재, 옷을 주로 입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훌륭한 작곡가에게 악상이 떠올랐을 때 그가 노래 가사와 함께 안무와 편곡 등 모든 것을 함께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 잠재력 무궁무진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선보일 신상품들은 기술과 디자인의 조화에 이국적이고 원초적인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글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식물의 잎사귀와 줄기를 형상화했다. 야자수가 많은 휴양지의 화려함을 표현한 옷도 있다. 깊은 바닷속에서 보인다는 짙은 청색 의상도 눈에 띈다. 콜로나 씨가 구상하는 아웃도어의 진화는 ‘전통에 대한 취사선택’이기도 하다. 3년 전 코오롱스포츠는 오래된 브랜드라는 느낌을 버리기 위해 상의 왼쪽 위에 새겨지는 브랜드명 ‘KOLON SPORT’와 상록수를 형상화한 로고를 유지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콜로나 씨의 의견은 ‘상록수 로고는 결코 버려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록수는 아웃도어 의류임을 알리는 데 매우 이상적인 상징물이며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코오롱스포츠는 로고에서 브랜드명은 빼고 상록수만 유지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한 크기다. 그만큼 잠재력도 크다. 콜로나 씨도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끊임없이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은 더 발전하고 디자인은 한결 세련되어질 것이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지금 과도기에 있습니다. 성숙한 시장이 되기 위한 중간 단계인 거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20세부터 60세까지 누구나 즐겨 입을 수 있는, 특히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도 선택할 수 있는 아웃도어 의류가 나올 겁니다. 물론 저도 그 시장을 이끌려고 노력할 거고요.”
▼ 이런 아웃도어 룩 어때요 ▼ 코오롱스포츠가 제안한 올봄 아웃도어 스타일. 일상생활에서도 즐겨 입을 수 있는 세련미가 돋보인다
[1] 강렬한 색상의 재킷을 겹쳐 입고 아래는 갈색 계열 바지를 입어 경쾌한 느낌을 살렸다. [2] 차분한 느낌의 갈색 재킷에 녹색 바지를 매치한 후 푸른 재킷을 입어 활동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3] 체크무늬 재킷과 검은색 바지, 트렌치코트를 함께 갖춰 입은, 진화한 아웃도어의 전형이다. [4] 화려한 문양의 재킷과 큼지막한 로고의 티셔츠를 조화시켰다. [5] 가벼운 느낌의 재킷 위에 모자가 달린 트렌치코트를 입어 경쾌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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