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메달’ 실력 만들고 체육회 융통성 기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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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자격정지 1년6개월… 리우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2016년 3월 2일까지 지원 없이 훈련… 인천 亞경기 銀 1, 銅 5 메달 박탈
‘징계종료 3년 지나야 대표 가능’… 체육회 규정 예외 인정 여부 촉각

《 ‘마린 보이’ 박태환(26)이 24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내년 3월 2일이면 자격정지가 풀려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징계가 끝난 뒤 3년안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의 대상이 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국가대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마린보이’ 박태환(26·사진)이 불명예 은퇴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

박태환은 24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년 6개월 자격정지를 받음에 따라 내년 8월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징계 기간이 FINA가 불시에 약물검사를 실시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돼 내년 3월 2일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래야 2019년 3월 이후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있도록 돼 있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은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 약물 복용, 약물 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 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마련된 조항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FINA 징계에 이어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박태환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면서도 “향후 법적 검토와 여론에 따라 개정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일단 징계가 끝나기 전까지는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기업 스폰서도 받지 못하면서 훈련도 대한수영연맹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해야 한다. 공공시설에서 훈련할 수도 없어 훈련 장소를 찾는 것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 3월 이후 열릴 예정인 대표 선발전에서 박태환이 현재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 대표팀을 맡았던 방준영 감독은 “이번 결정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약물 양성반응에 대한 징계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흠이 됐다고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훈련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야 좋은 결말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당초 박태환의 징계는 2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FINA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며 6개월을 경감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 등을 가지고 세계적인 수영 스타들을 변호했던 하워드 제이컵스 변호사(미국)가 청문회 위원들을 잘 설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영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스폰서 확보 등 마케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FINA가 중국의 쑨양과 한국의 박태환,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가 벌이는 자유형 400m 라이벌전 카드를 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훌리오 세사르 마글리오네 FINA 회장과 코르넬 머르쿨레스크 사무총장이 친한파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글리오네 회장과 머르쿨레스크 총장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체육계 관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이 2012년 런던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을 당한 뒤 판정이 번복돼 결선에 진출했을 때도 이들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박태환은 이번 징계로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 획득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박탈당했다. 박태환은 아직 미지급된 약 1000만 원의 아시아경기 포상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한편 박태환의 소속사 팀지엠피는 이날 “도핑 양성반응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과 한결같이 응원해준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 박태환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소속사에서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이날 귀국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년 6개월#자격정지#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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