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결성이라는 열매는 얻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입게 될 피해는 예상보다 더욱 커지게 됐다. 논란의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국 ‘35인 체제’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남북 대표단과 협의를 마치고 단일팀을 비롯한 북한의 올림픽 출전규모(선수 22명·임원 24명)와 세부사항(개막전 한반도기 행진 및 남북 기수 남녀 1명씩)을 최종 확정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출전 엔트리는 그대로…. 기회 빼앗긴 우리 선수들
우선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은 기존 한국 엔트리 23명에 북한 엔트리 12명이 더해지게 됐다. 이는 당초 예측보다 훨씬 커진 규모다. 남북 담판 결정권을 쥔 IOC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등과 협의를 거쳐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인원으로 확정했고, 이들 가운데 실전 투입인원은 경기당 세 명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우리 선수들이 입게 될 피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출전 엔트리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우리 선수들이 실전에 나설 기회는 줄어들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는 경기 당일 22명만 빙판에 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 선수 3명이 게임에 나서면 우리 선수 3명이 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대회 엔트리에 관계없이 출전 엔트리가 늘어나야한다는 주장이 거셌지만, 정부는 별다른 해결책 없이 단일팀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만을 바라보고 긴 세월을 버틴 우리 선수들로선 하소연할 곳도 찾지 못한 채 소중한 기회를 빼앗기게 됐다. 이번 단일팀 구성을 두고 ‘희생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위스에서 귀국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많은 이들이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 감소를 우려한다”며 “그 우려가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많은 지원 속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만 밝혔다.
●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실전 호흡도 문제
‘COR(고려시대 한반도를 일컫던 불어 COREE의 약자)’이라는 이름으로 뭉칠 단일팀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바로 실전 호흡이다. 단일팀 구성이 이대로 확정된다고 치더라도 올림픽까지 어떻게 조직력을 끌어올리느냐는 과제가 남아있다.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하다. 단일팀은 2월 1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예선 1차전을 치른다. 북한 선수들이 당장 합류해도 20일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손발을 맞춰야한다. 현재로선 남북 선수들이 합동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길면 보름, 짧으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도 장관은 “애초 2월 1일에 북한 선수단이 합류하기로 했는데, 합류 시기를 앞당기자고 북한측에 요청했고, 동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적한 문제가 많다. 북한 선수들의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라 머레이(30·미국) 감독이 과연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따른다. 여기에 남북이 기본적으로 지닌 언어의 장벽도 넘어서야한다. 시간은 없고, 풀어야할 난제는 많다. 단일팀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