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엘시티’ 이영복, 지명수배때 현기환과 수차례 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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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조만간 현기환 前수석 소환조사”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구속)이 도피 중일 때 이 회장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7)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두 사람은 이 회장이 지명수배 중이던 8∼10월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 회장의 체포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5대 외에 도피 중 사용한 대포폰과 사용된 전화번호 일부를 추가로 확보했다. 추가로 확보한 대포폰의 통화기록 분석 결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 중 현 전 수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이 회장의 도피 기간에 만남도 가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대포폰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조만간 현 전 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관련 의혹을 확인하고자 현 전 수석에게 수차례 연락을 남겼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은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2004년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의 정책(경제노동) 특별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현 전 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대외협력단 부단장을 맡으며 친박 인사로 분류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에서 당선됐고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대통령정무수석을 맡았다.

 현 전 수석이 총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때가 엘시티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던 때라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 사퇴 직후인 7월 엘시티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도 현 전 수석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 확인을 위한 탐문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회장이 현 전 수석뿐 아니라 여러 유력 인사에게 식사와 술 골프 등 다양한 접대를 제공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지난해 7월 현 전 수석이 정무수석에 임명되기 직전 다른 유력 인사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당시 골프장을 이용했던 A 씨는 “(현 전 수석의) 정무수석 발탁 1주일 전 토요일에 부산 기장군의 한 골프장에서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이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3선 의원인 이 의원도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20년간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부산 동래구청장을 거쳐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18대 임기 내내 국회 정무위원으로 활동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첫 정무위원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박 전 의장과도 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왔다. 1998년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당시 다대-만덕 사건의 증인으로 나왔던 이 회장은 당시 김운환 의원과 박관용 의원 등 두 사람의 후원회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2014년 9월 엘시티 시행사와 시공사가 후원한 서예전에 전시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부산은행은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4200억 원을 사실상 무담보로 대출해주고 1조7800억 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도해 특혜 제공 의혹을 받고 있다. 골프회동 의혹에 대해 이 전 은행장은 “네 명이 함께 운동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현 전 수석과 어울린 적이 결코 없다”며 극구 부인했다. 이 의원에게도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부는 이 회장의 로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9일 부산 및 수도권 일대 골프장 7곳을 압수수색하고 나머지 골프장 7곳에서는 라운딩 기록 등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명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골프장 사용 명세를 다수 발견해 함께 골프장을 출입한 인사와 로비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 중 골프장에서 지인들을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로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권오혁 hyuk@donga.com·강성명 기자
#엘시티#이영복#해운대#최순실#현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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