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세대 지도부 인물-리더십 집중탐구]<6>류윈산, 사상통제 우두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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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타자원 → 기자 → 공직 승승장구… 인터넷 시대 빈틈 없는 검열로 두각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65) 중앙서기처 제1서기는 13억 중국인의 사상을 통제하는 우두머리라는 뜻에서 ‘의식형태(意識形態)의 사황(沙皇)’으로 불린다. ‘의식형태’는 ‘이데올로기’를, ‘사황’은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의 황제를 일컫는 ‘차르(Tsar)’를 뜻한다. 그는 제4세대 지도부 시절 중국 내 모든 미디어를 통제하는 중앙선전부장을 맡아 강도 높은 언론 통제와 인터넷 검열을 주도했다.

○ 타자원에서 신화통신 기자 거쳐 공직으로

류윈산의 조적(祖籍·본적)은 산시(山西) 성 신저우(흔州)지만 출생지는 네이멍구(內蒙古) 투모터유(土默特右) 기(旗)다. ‘기’는 소수민족이 많은 네이멍구 자치구 특유의 행정구역으로 다른 지역의 현(縣)에 해당한다.

네이멍구 지닝(集寧) 시의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를 거쳐 투모터유 기의 타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류윈산을 알아보고 키워 준 사람은 그보다 4세 많은 톈충밍(田聰明·69·전 신화사 사장) 당시 신화통신 네이멍구 분사 기자였다. 그의 추천을 받아 정식 기자가 됐고 저우후이(周惠) 당시 네이멍구 자치구 제1서기의 도움을 받아 1984년 2월 네이멍구 선전부 부부장으로 임명되는 등 승진가도를 달렸다.

류윈산은 이 즈음에 당시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共靑團)의 제1서기였던 왕자오궈(王兆國·71)를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70), 류옌둥(劉延東·67·여) 등 공청단 세력과 인연을 맺었다.

류윈산은 일찍이 1985년 9월 중국 공산당 제12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로 최연소 후보위원이었다. 이어 1993년 4월 당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에 임명됐다. 이때 그가 발탁된 배경으로는 후진타오의 힘 때문이라는 설과 류윈산의 부모가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의 부친)와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보이보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과 친밀한 사이였다. 이후 장쩌민의 신임을 받아 10년간 중앙선전부 상무부부장으로 일하다가 2002년 중앙선전부장으로 승진했다.

○ 중앙무대에서 언론 통제로 두각

류윈산은 중앙선전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언론 통제와 인터넷 검열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선전부는 중국의 신문 방송 인터넷 영화 서적 등 모든 미디어를 관리하는 곳이다.

류윈산의 재임 기간에 중앙선전부는 ‘만리장성 방화벽’ 등을 동원해 중국 누리꾼이 세계 인터넷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해당 단어가 검색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중앙선전부는 미디어를 통제할 목적으로 수천 명의 인터넷 통제요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가 중앙선전부장을 지내던 때가 중국 언론계가 문화혁명 이후 최대 억압을 받은 시기라고 중화권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그는 중국 관영 언론의 해외 진출과 중국의 해외 선전활동에 적극 나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증진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임 기간에 중국중앙(CC)TV는 아라비아어와 러시아어 채널을 만들었고, 신화통신은 ‘중국판 CNN’인 영문 뉴스 방송국을 만들어 24시간 전 세계에 중국인의 시각을 전파하고 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의 미국판도 선보였다.

미국인 로버트 로런스 쿤이 ‘그가 중국을 바꿨다-장쩌민 전기’와 ‘중국 30년-인류사회의 위대한 변천’이라는 책을 집필하도록 해 외국인이 중국을 ‘선전’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때문에 장쩌민의 도움을 받아 상무위원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 사회 안정 위해 미디어 통제 강화할 듯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치·사회적 분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일체감이 중요 과제다. 특히 올해 6월 말 5억3800만 명으로 늘어난 누리꾼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류윈산을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제1서기로 임명한 것은 앞으로 미디어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그의 아들은 류러페이(劉樂飛·39) 중신(中信·CITIC)산업기금 최고경영자다. 며느리 자리칭(賈麗靑)은 공안부장과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을 지낸 자춘왕(賈春旺)의 딸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中지도부#류윈산#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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