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육성파일-회담전후 실무자료 ‘또다른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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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金 회의록 자료제출 요구서 국가기록원 송부

국회는 3일 국가기록원에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기록 등 자료 일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서를 송부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회담 관련 내용이 나올지 주목된다.

국회가 이날 요구한 자료에는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회의록 이외에도 정상회담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한 회의록, 보고서, 전자문서를 포함한 부속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 민주당은 내심 회의록과 사전·사후 회의록을 통해 새롭게 드러날 사실들이 가져올 폭발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공방에서 다소 수세에 몰렸는데 이번 기회에 만회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사전에 회담의 예상의제를 검토한 전략회의 자료와 사후 10·4선언 합의문 이행계획을 수립한 실무회의 자료가 공개되면 노 전 대통령의 NLL에 대한 견해가 명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LL 및 남북공동어로구역 획정과 관련한 사전·사후 회의에는 당시 김장수 국방부 장관,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 등면적’ 원칙이 수립됐고 고수됐다는 주장이다.

그해 11월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회의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참석했던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당시 서해 어장의 분포 지역 때문에 등거리 원칙은 다소 변할 수 있어도 최소한 면적 균형은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전·사후 회의록이 공개되면 노 전 대통령이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아울러 김만복 전 국정원장,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 등 남북 정상회담 배석자들이 국정원이 공개한 회의록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기억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회의록 전문뿐만 아니라 관련 부속자료 전체를 추가로 살펴보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정문헌 의원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사전 준비 과정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황당한 내부 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올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사전·사후 회의록이 또 다른 공방의 소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핵심은 회담 당시의 회의록인데 민주당이 사전·사후 회의에서의 논의 내용을 갖고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식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회의록 이외의 자료는 민주당이 입맛에 맞게 주장하기에 딱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면서 “열람한 자료의 공개도 법적 제한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한바탕 공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육성 녹음파일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관련 자료 열람 후에도 공방이 계속되면 국정원에 의해 기밀해제된 녹음파일을 공개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해 “국민이 녹음된 대화를 직접 들으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라는 사실이 증명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회의록 전문과는 달리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육성에는 두 사람의 감정이나 어감, 회담장 분위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국가기록원 자료에 대한 열람과 공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원에 있는 음성파일 공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NLL 논란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길”이라며 “앞서 국정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기밀해제하고 일반문서로 재분류함에 따라 해당 녹음파일도 함께 기밀해제된 것으로 본다. 7월 중순 이후에도 논란이 지속되면 전격적으로 국정원에 녹음파일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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