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리퍼트 대사의 키 조사하며 범행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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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조찬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55)는 미리 범행 대상과 처벌에 관한 정보 등을 검색하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철준 미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장(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13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달 17일 민화협에서 초청장을 받았다. 같은 달 24일 주최 측에 전화를 걸어 참석 의사를 전했고, 같은 날 주한 미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한미연합 전쟁연습 대북전단 살포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적단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등이 소속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 주최했다.

김 씨는 범행 사흘 전 국회도서관에 가서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었다. 이날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리퍼트 대사 블로그를 살펴봤고, ‘오바마 키(신장)’ 등을 검색했다. 경찰은 김 씨의 블로그 초기 화면에 오바마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의 사진이 있는 만큼, 김 씨가 리퍼트 대사의 키를 가늠하기 위해 이를 검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씨는 또 범행 하루 전날 인터넷에서 ‘형법’을 검색했지만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운동이 주최한 ‘공격적 한미연합 상륙훈련 중단촉구 기자회견’ 등에 6차례 참가했다. 지난해 5월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가해 경찰에게 신발을 투척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은 김 씨의 북한 동조 및 반미 성향이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공범이나 배후 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김 씨가 초청장을 받은 뒤 3번 이상 통화한 33명과 거래계좌 6개, 디지털 저장매체 등 147점을 분석하고 있다. 또 외부감정기관을 통해 김 씨에게서 압수한 서적과 유인물 가운데 24건이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은 이날 김 씨를 살인미수,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범의 존재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할 방침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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