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두환, 법과 원칙의 ‘레드카드’ 받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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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두환 재산압류]
檢, 장남 재국씨 등 자녀 3명 출금
사저-가족 회사 18곳 압류-압수수색… 1억대 미술품 포함 140여점 찾아내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평소 아끼던 미술품을 비롯한 소장품에 이른바 ‘빨간딱지’라고 불리는 압류물표목이 하나씩 붙었을 때…. 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이를 묵묵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빨간딱지는 말 그대로 ‘레드카드’, 퇴장을 의미한다. 굴곡진 우리 현대사에 헤아릴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남겼지만, 앞선 어느 정부도 사법부도 그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선잠을 자고 일어나 집안 곳곳에 이틀째 꼿꼿이 붙어있는 수많은 레드카드를 봤을 때, 그는 알 것이다. 이 카드를 붙인 것이 검찰 수사관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라는 것을. 이제는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역사의 심판 앞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검찰은 16일 1672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 미납금을 집행하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사진) 일가와 관련된 회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재산 압류 절차에 착수했다. 또 검찰은 아들인 재국 재용 씨, 딸 효선 씨 등을 출국금지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에 대한 출국금지는 하지 않았다.

이날 압수수색은 좌파들에 의해 ‘유신의 딸’로 매도됐던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그 어떤 진보성향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주의 정통성을 지닌 보수정부’를 자임하는 박근혜정부가 권위주의적 우파 정권이었던 5공화국의 잔재에 대해 철퇴를 내리며 보수주의의 차별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과 외사부(부장 김형준)는 16일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에 있는 동산(動産)을 압류하고, 장남 재국 씨를 비롯한 친인척 주거지 5곳, 출판사 시공사를 비롯한 가족 관련 회사 12곳 등 총 1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연희동 사저에서 시가 1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 이대원 화백의 그림(200호·200cm×106cm) 1점을 포함해 동산 10여 점을 압류했다.

또 검찰은 경기 연천군 왕징면에 있는 재국 씨 소유 허브빌리지 내 회장 집무실(3번 건물)에서 비밀창고를 찾아내 그림 도자기 등 30여 점을 압수하는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130여 점을 압수했다.

검찰은 조만간 전두환 일가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제기한 재국 씨의 해외재산 도피 의혹 역시 관련 정황이 포착되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은 재국 씨가 이 회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을 관리하거나 세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면 외사부가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정기 전 전두환 대통령비서관은 “죽은 권력에 대해서만 칼날을 겨누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박 대통령은 정통보수의 연속성과 정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 정권이 못했던 ‘보수에 의한 보수개혁’이 가능하다”라며 “보수의 잘못을 청산함으로써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존 보수를 재정비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유성열·최예나 기자 hic@donga.com
#전두환#재산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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