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의 대선 결선 투표 개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인 일본계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51)가 좌파 성향인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에게 0.27%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페루의 첫 일본계 대통령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집권·2024년 사망)의 딸이자 정치적 후계자다. 2011년, 2016년, 2021년 대선에도 출마했고 네 번째 도전 끝에 승리했다.
중남미 국가에서 우파 성향 지도자가 연쇄 집권하는 것을 뜻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 흐름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페루 외에도 콜롬비아, 온두라스,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지난해와 올해 대선을 치른 중남미 주요국에서 모두 우파 정당이 승리했다.
● 첫 일본계 父女 대통령
] 페루 ‘민중의힘’ 대선 후보 후지모리 게이코가 2일(현지 시간) 페루 우아초에서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열린 선거 유세 중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06.03 [우아초=AP/뉴시스지난달 29일 페루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같은 달 7일 치러진 결선 투표 개표를 100% 완료한 결과, 후지모리 당선인이 50.14%를 득표해 산체스 후보(49.87%)를 앞섰다.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약 0.27%포인트(4만9641표). 투표 용지 배송 차질, 부정행위 신고 등으로 투표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았고 개표 또한 지연돼 최종 결과가 늦게 발표됐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X에 “국민을 위한 질서와 희망의 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당국이 3일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확정하면 28일 취임해 4년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산체스 후보 측은 재외국민 투표 등에서의 부정 가능성을 제기하며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부모의 이혼으로 19세부터 어머니 대신 대통령 부인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그의 어머니 수사나 히구치 여사는 전 남편의 부패 및 고문 의혹을 폭로해 큰 파장을 불렀다. 좌파 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를 ‘독재자의 딸’로 여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이혼했고 두 딸이 있다.
그는 선거 내내 강력 범죄 근절을 위한 초대형 교도소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민간 투자 확대, 규제 완화, 관료주의 축소 등을 외쳤다. 산체스 후보가 부의 재분배, 복지 확대를 주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치안 불안과 경제 위기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층, 재계, 대도시 중산층이 후지모리 당선인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양측 표 차이가 크지 않고 페루의 정정 불안과 경제난도 고착화돼 있는 상태라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페루는 헌법상 의회가 별도의 심판 절차 없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2016년 후 10년간 9명의 대통령이 등장했고 후지모리 당선인이 취임하면 10번째 대통령이 된다.
● 10월 브라질 대선 관심
중남미를 강타 중인 ‘블루 타이드’는 좌파 정권 치하의 치안 악화와 경제난, 지난해 1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치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생고에 지친 유권자들이 강력 범죄 척결,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치인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곳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고 고질적인 불법 이민자 문제를 미국 국경 밖에서 원천 봉쇄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중남미의 주요 우파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현재 중남미 주요국 중 좌파 정권이 집권한 나라는 브라질, 멕시코, 우루과이 정도다. 특히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이며 올 10월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우파 정권이 집권한다면 사실상 중남미 전체에 블루 타이드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