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린 인종차별 규탄 시위에서 시민들이 “분열 대신 단합” “혐오 거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벨파스트=AP 뉴시스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이민자로 인한 흉기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이민 폭력 시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13일 벨파스트 등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선 대규모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벨파스트는 난민을 환영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된 집회에 수천 명이 모였다. 같은 날 영국 수도 런던에선 반이민 시위를 주도한 유명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이 ‘적대 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3시간가량 구금됐다. 북아일랜드를 중심으로 반이민 문제를 둘러싼 영국 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8일 오후 10시경 벨파스트 북부 주택가에서 발생한 흉기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수단 국적의 하디 알로디드(30)가 40대 영국 백인 남성에게 흉기로 중상을 입힌 범행 장면이 소셜미디어로 확산되면서 반이민 여론이 불거졌다. 9일 밤부터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며 주택, 상점, 경찰차 등이 불타고 주민 20여 명이 방화로 집을 잃었다.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경찰관 12명이 다치고 23명이 체포됐다.
특히 복면을 쓴 시위대가 이민자들을 겨냥해 공격을 가하며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소셜미디어에서 이민자들의 거주지와 직장 목록이 유포되고, 일부 시위대가 불법 검문에 나서며 등교와 출근을 포기하는 이민자들이 속출했다. 경찰이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폭동은 12일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영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반이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9일엔 잉글랜드 남부 사우샘프턴의 난민 수용 호텔 앞에서 대규모 반이민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불법이민이 우리 문명을 파괴하고 있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사우샘프턴에선 2025년 12월 시크교도 영국인이 폴란드계 영국인을 흉기로 살해한 과정에서 경찰이 백인 피해자를 가해자로 착각해 수갑을 채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여론이 불거지며 반이민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 대응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반이민 세력이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온라인상 허위정보 유포를 통해 반이민 폭력 사태가 조직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힐러리 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출근길에 차를 세우고 국적을 묻는 인종차별적 폭력 행위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영국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단 출신 용의자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강경보수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수단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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