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그린란드, 그린란드 외교를 관할하는 덴마크 협상단은 지난 4개월간 워싱턴에서 그린란드 관련 비공개 협상을 이어왔다. 이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군사 장악 위협에 출구를 제공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균열 위기를 축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total access)을 갖게 될 것”이라고 야욕을 드러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체결한 방위협정을 수정해 그린란드가 독립하더라도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란드 측은 이를 사실상 영구 조항으로 받아들이며 반발 중이다. 유스투스 한센 그린란드 의회 의원은 “미국 요구가 모두 관철될 경우 진짜 독립은 없을 것”이라며 “이럴거면 우리 국기를 절반만 올리는 편이 낫다”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군사 확장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해병대는 그린란드 남부 나르사르수아크를 방문,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항과 항만, 미군 병력 수용 가능 지역을 점검했다. 그레고리 기요 미국 국방부 북부사령부 사령관은 NYT에 “알래스카와 캐나다, 그린란드를 잇는 레이더 기지와 군사 거점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군사 문제를 넘어 경제에도 손을 뻗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같은 경쟁국을 배제하기 위해 그린란드의 주요 투자 계약에 사실상 거부권을 갖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이를 주권 침해로 보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그린란드의 천연자원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그린란드에는 석유와 우라늄, 희토류, 기타 핵심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상당수 자원은 그린란드 빙하 아래 깊숙이 묻혀 있는데, 미국이 그린란드의 엄격한 광산 규제를 완화하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린란드 정치권은 미국에 편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미군 병력이 더 주둔하는 안은 수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타협안도 힘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생일(6월 14일)과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그린란드 관련 중대 발표를 할 것을 경계하며 이들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두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편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특사를 만난 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닐센 총리는 이날 미국 측 그린란드 특사인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회동한 뒤 “건설적인 만남이었다”면서도 “미국 입장과 관련해 달라졌다는 신호는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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