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1~1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21시간에 걸쳐 마라톤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 2월 28일 발발한 이번 전쟁 중 처음 열린 협상에서 양측이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에 “정말로 중요한 단 하나의 문제인 핵 문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을 봉쇄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과 식량 수출입 등을 모두 통제하며 압박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도 추적·차단토록 지시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해 발언하고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종료 뒤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미국과 이란 협상단 모두 자신들의 제안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혀 곧 후속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미국 대표단을 이끈 J D 밴스 부통령은 회담 장소였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21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란과 실질적 논의를 했다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의 기자회견 전 외신들은 양국 협상단이 추가 논의를 위해 하루 더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미국 대표단은 이날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밴스 부통령은 종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꼽았다. 그는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거라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약속을 봐야 했지만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우라늄 농축 제로화 및 비축 우라늄 반출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 운영,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 중단 여부도 협상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선 합의했지만 2, 3개 쟁점 때문에 최종 돌파구는 마련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11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2척을 보내 기뢰 제거 작전을 펼쳤다. 이번 전쟁 발발 후 미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 봉쇄 선언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적극 나서겠단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