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며 개미만 먹고 버텨”…피격 美조종사들 생존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4일 19시 09분


2017년 2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국립공원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는 미군 F-15E 전투기 모습. 데스밸리국립공원=AP/뉴시스
2017년 2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국립공원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는 미군 F-15E 전투기 모습. 데스밸리국립공원=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이란 방공망에 미국 공군 F-15E 전투기가 격추돼 조종사 1명이 실종된 가운데, 과거 적지에서 살아 돌아온 미군 조종사들의 생존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적군에게 격추된 헬리콥터에서 탈출해 23일간의 포로 생활을 버틴 로널드 영 주니어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초기 26세였던 영은 미군 육군 준위로 AH-64 아파치 롱보우 헬리콥터를 몰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이라크 중부 지역에 추락했다. 그는 “격추되는 상황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나를 사냥하고, 죽이려 한다. 그저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당시 영과 부조종사 데이비드 윌리엄스는 키 큰 풀로 덮인 숲을 헤친 뒤 관개수로에 1시간 30분가량 숨어있다가 이라크군에게 붙잡혔다. 영은 감금된 첫날 이라크 중부 도시 카르빌라의 어두운 방에서 구타와 심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럭에 실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이송돼 군 관계자들의 감시를 받았다고 한다.

미군 조종사들은 비상 탈출 이후 행동 지침인 ‘시어(SERE·생존·회피·저항·탈출)’ 원칙에 따른 생존 훈련을 받는다. 해당 원칙을 보면 군용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들은 적 전투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고, 무전기를 사용해 미군과 위치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포로나 인질로 잡힌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문에 대처하기 위해 저항 훈련을 활용해야 한다.

영은 “(격추된 뒤)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면서 극도로 명료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생긴다”며 “몸이 기계처럼 훈련된 대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그와 부조종사는 23일 동안 여러 감옥을 옮겨 다니다가 미국에 넘겨졌다.

1995년 보스니아 전쟁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 실종됐던 공군 조종사 스콧 F 오그레이디 대위는 전장에서 6일간 삼림지대에 은신하다가 아군기에 무전 신호를 보냈다. 보스니아계 세르비아군의 미사일과 기관총 사격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해병대는 헬리콥터를 투입해 오그레이디를 구출했다.

오그레이디는 2015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일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숲속에서 갈증과 굶주림을 견디며 개미만 먹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는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폭기가 3일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됐다. 올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미군 전투기가 이란에 직접 격추된 것은 처음이다.

미군은 헬기를 투입해 조종사 2명 중 1명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조종사 1명은 실종 상태다. 미국은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란 또한 실종된 조종사를 찾아 체포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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