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산업지구에서 발생한 폭발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번 사고는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에너지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원유 저장·물류 거점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Bloomberg/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전쟁을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랍에미리트(UAE)가 해협을 직접 개방하는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나섰다. 중동 해상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이 동맹 간 역할 분담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E는 미국 및 동맹국들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을 무력으로 개방하기 위한 연합군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UAE 외교관들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군사 강대국들을 상대로 참여를 촉구하고 있으며, 해협 내 기뢰 제거와 상선 호송 작전 등 군사적 지원 역량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UAE 관계자는 “이란 정권이 존립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해협을 장악해 세계 경제를 함께 무너뜨릴 의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 “아부 무사 점령 요구”…영토 분쟁까지 결합
UAE는 해협 개방을 넘어 전략 거점 확보까지 요구하고 있다.
아랍권 관리들에 따르면 UAE는 미국에 이란이 약 50년간 점유해온 아부 무사(Abu Musa) 섬 등 해협 인근 전략 요충지를 점령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항로 확보를 넘어 영토 분쟁 해결까지 염두에 둔 요구로 해석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바레인은 관련 유엔 결의안을 발의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중재자에서 참전국으로…두바이도 ‘결별’
UAE의 태도 변화는 이란의 본토 공격 이후 급격히 나타났다.
이란은 최근 UAE를 향해 약 2500발에 달하는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보다도 집중적인 공격으로, UAE의 군사 대응 검토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바이 공항과 호텔 등 핵심 인프라도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UAE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이란과 비공식 경제 관계를 유지하며 중재자 역할을 해왔지만, 전쟁 이후 입장을 바꿨다. 외교적 중재에서 군사적 대응으로 선회한 것이다.
● 트럼프 변수…“우리는 곧 떠난다”
이번 움직임에는 미국의 전략 변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곧 떠날 것”이라며 2~3주 내 전쟁 종료 가능성을 언급했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는 “그 일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해협 개방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상 통제 책임을 동맹국에 넘길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이 해협을 완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철수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직접 해상로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열 수 있나”…군사·정치 리스크 모두 부담
군사 행동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군사 분석가들은 해협을 확보하려면 단순 해상 작전이 아니라 약 100마일에 달하는 해안선 일대를 함께 통제해야 하며, 사실상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워싱턴주)은 “이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란은 드론 한 대, 기뢰 하나, 소형 자폭정 하나만으로도 해협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협 통제권이 이란에 넘어가는 상황이 더 큰 전략적 리스크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UAE의 군사 개입 검토가 단순한 전술적 대응을 넘어 정치적 신호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채텀하우스 연구원이자 전 미 국방부 중동 자문관을 지낸 빌랄 사브는 “군사 작전 참여 결정은 아랍 국가들이 이번 전쟁에 공개적으로 가담하겠다는 의미”라며 “해협 재개방과 이란 대응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UAE는 제벨알리(Jebel Ali) 심해항과 호르무즈 해협 입구 인근 거점을 보유하고 있어, 기뢰 제거 작전이나 상선 호송, 섬 점령 작전 등에서 미군 주도 연합군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