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표면적은 약 5억 1천만㎢에 달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약 5천 배가 넘고, 서울 면적과 비교하면 약 84만 배에 달하는 광활한 크기죠.
그런데 화면 속 ‘게임’ 중에서 현실의 지구보다 더 넓은 맵을 가진 세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사는 지구 / 사진 = 엔바토엘리먼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입니다. 귀여운 네모네모 그래픽과 어린 이용자층 덕분에 아기자기한 장난감 같은 게임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마인크래프트를 즐기기 위해 생성하는 월드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 기준, 블록 1칸을 1m로 환산하면 월드의 전체 면적은 6천만m X 6천만m, 즉 약 36억㎢로 계산됩니다. 이는 현실 지구 표면적의 약 7배에 해당하는 규모죠.
마인크래프트의 월드 크기 / 사진 = (전) 마인크래프트 개발자 헨릭 크니베르그 유튜브 갈무리만약 이용자가 게임 속에서 쉬지 않고 이동한다고 가정해도 월드 끝에서 끝까지 도달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캐릭터의 기본 걷기 속도는 초당 약 4.317블록, 달리기 속도는 초당 약 5.612블록입니다. 월드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는 약 6만km 거리인데, 이를 걸어서 이동하면 약 161일, 달려도 약 124일이 걸립니다. 물론 이는 24시간 쉬지 않고 조작하는 기준이고, 하루 8시간씩 플레이한다면 걸어서 약 1년 4개월, 달려도 10개월 이상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평생을 탐험해도 전부 둘러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개발사 모장은 어떻게 지구 7개를 합친 것보다 큰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바로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 기술에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이용자가 이동하는 순간 주변 지형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절차적 생성 기술을 사용한다 / 사진 = (전) 마인크래프트 개발자 헨릭 크니베르그 유튜브 갈무리쉽게 말해 36억㎢에 달하는 데이터를 미리 저장해 둔 것이 아니라, 특정 좌표에 어떤 지형이 생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수학적 규칙만 저장해 두고, 이용자가 방문할 때마다 해당 지형을 계산해 만들어내는 방식인 거죠. 덕분에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으로도 현실 지구보다 훨씬 거대한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트 데인저러스 / 사진 = 공식 홈페이지하지만 우주의 규모로 시선을 넓히면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SF 시뮬레이션 게임 ‘엘리트 데인저러스’는 지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우리 은하 전체를 게임 속에 구현했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실제 천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4천억 개에 달하는 항성계를 재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과 성운을 게임 속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죠.
이러한 압도적인 규모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이 바로 ‘스텔라 포지(Stellar Forge)’ 엔진입니다. 이건 천체물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항성계의 형성과 진화를 시뮬레이션하는 물리 기반 생성 시스템인데요.
원시행성원반에서의 중력 붕괴와 궤도 공명, 충돌과 포획, 항성풍에 의한 변화 등 실제 우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반영해 항성계를 생성합니다. 덕분에 게임 속 천체들은 단순히 무작위로 배치된 것이 아니라 실제 우주의 법칙을 어느 정도 따르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거죠.
나사가 공개한 TRAPPIST-1의 콘셉트 이미지 / 사진 = 나사 공식 홈페이지이 덕분에 과거에는 ‘우주를 예측한 게임’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적이 있습니다. 2017년 당시 NASA가 지구형 행성 7개를 거느린 TRAPPIST-1을 공식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개발진이 NASA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위치를 확인한 결과 이미 게임 속에 비슷한 구조의 항성계가 생성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같은 구조는 아니었지만, 실제 천체와의 높은 연관성에서 화제가 됐죠.
이후 게임은 정식 업데이트를 통해 TRAPPIST-1의 명칭과 특성을 반영했다 / 사진= 엘리트 데인저러스 인 게임이렇게 사실적이고 광활한 우주를 구현하다 보니 출시 10년도 넘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용자가 탐험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4천억 개의 항성계 대부분이 여전히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노 맨즈 스카이 / 사진 = 공식 홈페이지더 나아가 ‘끝없는 우주’를 이야기하면 노 맨즈 스카이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노 맨즈 스카이는 출시 당시 ‘약 18경 개 행성’이라는 숫자로 이용자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물론 출시 직후 한동안은 미완성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어엿한 SF 어드벤처 게임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잡았죠.
노 맨즈 스카이에서 구현된 행성 수는 무려 18,446,744,073,709,551,616개입니다. 64비트 정수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 조합 수인 2의 64승에 해당하는 숫자로, 모든 행성에 고유한 64비트 시드 값을 부여한 결과인데요.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1초에 행성 하나씩 방문한다고 가정해도 모든 행성을 둘러보는 데 약 5,850억 년이 걸립니다. 현재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탐험했다고 해도 전체의 극히 일부만 확인할 수 있는 규모죠.
노 맨즈 스카이 / 사진 = 공식 홈페이지물론 개발진이 행성 18경 개를 하나하나 제작한 것은 아닙니다. 노 맨즈 스카이 역시 절차적 생성 기술을 핵심으로 활용하는데요. 전체 우주는 단 하나의 시드 값에서 시작해 연쇄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확장됩니다. 행성의 지형과 기후, 동식물, 자원, 색상 등을 수학적 공식과 의사난수 조합으로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생물 생성에는 슈퍼포뮬러(Superformula)등 수학적 모델이 활용됐고, 식물 생성도 다양한 절차 알고리즘이 활용됐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의 생명체와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하죠.
컴퓨터 속 게임 하나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한데요. 오늘을 게임을 즐기면서 넓은 세상을 탐험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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