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도 가장 뜨거운 산업 분야는 여전히 인공지능(AI)입니다. AI 사업을 둘러싼 막대한 자금과 기술 투자가 이어지고,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관련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AI 연산에 필요한 GPU는 물론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용량 DRAM, NAND 수요까지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흡수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일반 소비자용 전자기기와 콘솔, 게이밍 PC 부품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에 반도체 칩(Chi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이 결합한 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번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GPU는 이미 엄청난 가격 상승이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메모리마저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확대가 메모리 생산능력의 전략적 재배치를 불러오고 있으며, 그 여파로 스마트폰과 PC 시장은 가격 인상과 사양 축소 압박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격이 상승했다.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메모리 가격의 상승은 콘솔 하드웨어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니는 2026년 4월 2일부터 미국 기준 PS5 스탠다드 모델 가격을 649.99달러, PS5 디지털 에디션을 599.99달러, PS5 프로를 899.99달러로 조정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PS5 스탠다드 모델은 최근 1년 사이 499.99달러에서 649.99달러까지 오른 셈입니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5월 1일 기준 PS5 디지털 에디션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26만 원 올랐습니다. PS5 스탠다드 에디션은 74만8,000원에서 94만8,000원, PS5 프로는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 플레이스테이션 포탈은 28만8,000원에서 37만8,0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인상률로 보면 적게는 16%대, 많게는 43%대에 이릅니다.
소니가 밝힌 가격 조정 배경은 글로벌 경제 압박과 부품 조달 비용 상승입니다. 단순한 환율 문제나 특정 지역 한정 인상이 아니라, 제조 원가와 공급망 부담이 콘솔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때 콘솔은 PC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 공식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가격 상승 때문에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PS5 하드웨어 판매는 150만 대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280만 대와 비교해 약 46% 감소한 수치입니다. 2025 회계연도 PS5 판매량은 1,600만 대로, 직전 회계연도 1,850만 대보다 250만 대 줄었습니다.
닌텐도스위치2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출처 = 닌텐도닌텐도 스위치 역시 가격 조정 흐름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본체 가격은 5월 25일부터 변경됐습니다. OLED 모델은 기존 41만5,000원에서 46만5,000원으로 5만 원 올랐고, 일반 닌텐도 스위치는 36만 원에서 41만 원으로 조정됐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도 24만9,800원에서 27만9,8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최신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 2도 가격 변경이 예정돼 있습니다. 2026년 9월 가격이 조정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과 변경 가격은 추후 안내될 계획입니다. 기존 기기 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신형 기기 가격도 후속 조정 대상에 오른 셈이죠.
휴대용 게이밍 PC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UMPC 대표 제품인 스팀덱 역시 다시 가격이 올랐습니다. 6월 1일 발표된 가격 인상에 따라 국내 스팀덱 OLED 512GB 모델은 기존 89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1TB 모델은 기존 104만8,000원에서 157만8,000원으로 판매됩니다. 특히 1TB 모델의 초기 발매가가 98만9,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은 상당합니다.
게이밍 PC 시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메모리와 SSD 가격 상승은 CPU와 GPU 선택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용자가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더라도 DDR5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함께 오르면 전체 조립 비용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래픽카드 하나의 가격만으로 체감 비용을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입니다.
비교적 저렴하고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스팀 머신도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6년 두 차례 가격이 인상된 스팀덱. 출처 = 코모도스테이션AI 인프라 경쟁이 촉발한 반도체 공급 재편이 콘솔, 휴대용 게임기, 게이밍 PC 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AI가 바꾼 반도체 시장의 질서는 게임 하드웨어 가격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성능 메모리와 반도체 수요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임 이용자들의 걱정은 앞으로도 깊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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