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전 왕자(왼쪽), 폭로한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가운데), 피해자를 앤드류에 소개한 길레인 맥스웰. 뉴시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 전 왕자가 경찰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왕실이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오전 앤드루를 그의 거처에서 체포해 조사한 뒤 석방했다. 체포는 사전 통지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는 해외 무역특사 활동 중 공직자로서 취득한 투자 관련 기밀 자료를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전달했다는 공무상 비위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찰스 3세 국왕은 “법 집행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 당국에 전폭적이고 진심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서 국왕이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국왕의 성명 발표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트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1997년 다이애나 사망 이후 왕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대중은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가 과연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점차 묻게 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앤드루는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오래 전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둘은 2008년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친분을 유지했다. 2021년에는 엡스타인 밑에서 일한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17세 때 앤드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형 찰스 3세 국왕이 즉위한 뒤 앤드루는 지난해 왕자 칭호를 박탈당했다. 왕실은 “학대 피해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지지를 전한다”며 “앤드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질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왕실을 둘러싼 존폐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은 점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