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5.09.18.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 ‘H-1B’ 운영을 기존 무작위 추첨에서 고임금 근로자 우선 선발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23일 밝혔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H-1B 비자를 고숙련·고임금 외국인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며 “숙련도와 임금 수준이 높은 신청자에게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공개했다. 또 무작위 추첨으로 저임금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 미국 근로자의 임금, 근로 조건 및 취업 기회가 위협받고 경제에도 좋지 않은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운영안은 29일 연방 관보에 게재된 뒤 내년 2월 27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임금이 낮은 1단계 근로자에 포함되면 일종의 ‘추첨풀(selection pool)’에 이름이 한번 등록된다. 반면 임금이 높은 4단계 근로자에는 추첨풀에 이름이 4번 등록되는 것이다. 결국 4단계의 고임금 근로자가 뽑힐 확률이 4배 높아진다는 의미다. 미 이민 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1단계 근로자가 비자를 받을 확률은 15%인 반면, 4단계 근로자는 61%로 높아졌다.
1990년 도입된 ‘H-1B’ 비자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 의학,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고급 외국 인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인 제도다. 연 6만5000건이 발급된다. 이와 별도로 미국 내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도 2만건이 배정돼 매년 총 8만5000명이 수혜를 입는다.
이를 통해 미국 주요 기업은 전 세계의 인재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고용할 수 있었다. 미국 이민 당국에 따르면 H-1B 비자 신청을 가장 많이 후원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뒤를 잇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부터 “H-1B 비자로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이 유입돼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올 9월 H-1B 발급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약 15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로 100배 올렸다. 미 상공회의소 등이 “H-1B 신청 수수료 인상은 연방 이민법과 충돌한다”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3일 기각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줄곧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3일 H-1B 비자 신청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검토 요건을 확대하겠다며 신청자는 물론 동반 가족에게도 “모든 소셜미디어 프로필의 신상정보 설정을 ‘공개’로 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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