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신식품홀딩스의 미국 시장 부진과 한국 라면의 성장세를 분석한 도요게이자이온라인 보도 화면. ⓒ뉴시스
일본을 대표하는 라면 기업 닛신식품홀딩스가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반면, 강렬한 매운맛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앞세운 한국 라면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미국 즉석면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일본 경제 매체 도요게이자이온라인에 따르면, 닛신식품홀딩스는 최근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매출액은 기존 계획 대비 2.2% 감소한 7920억 엔(약 7조 5046억 원), 코어 영업이익은 685억 엔(약 6495억 원)으로 당초 전망보다 18.1% 줄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18% 감소한 수치다.
안도 코오키 닛신식품홀딩스 사장 겸 CEO는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CEO로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회사가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 핵심 원인은 ‘미국 시장 부진’
닛신의 실적 악화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즉석면 부문의 부진이 꼽힌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감소가 결정적인 타격이 됐다. 닛신은 ‘컵누들’을 앞세워 미주·아시아·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왔으며, 미주 지역을 핵심 축으로 해외 사업이 전체 코어 영업이익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 부진이 이어졌고, 올해 상반기(4~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대량 판매를 담당해온 저가형 기본 제품군의 수요가 특히 위축되면서, 미주 지역 코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 급감했다.
● 시장은 성장하는데 닛신만 부진
한편 미국 즉석라면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내 즉석라면 소매 판매량은 2016년 약 28만 톤에서 2025년 약 52만 t으로 10년 새 크게 늘었다. 즉석라면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저렴한 식품으로 주목받아 왔다는 점에서, 닛신의 부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닛신 측은 그 원인으로 ‘소비 양극화’와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을 지목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소비는 견조한 반면 즉석면의 주요 소비층인 저소득 가구의 지출은 둔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저렴한 즉석면조차 줄이고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저가 라면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 프리미엄 시장 장악한 K-라면
농심 ‘신라면’이 K-팝 그룹 에스파와 협업한 글로벌 광고 사례. K-팝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과 SNS 확산 전략으로 미국 젊은 소비층과 트렌드 민감층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뉴시스
이 같은 환경에서 미국 즉석면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개성과 맛을 강조한 한국 기업의 프리미엄 라면이다.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과 삼양식품은 강렬한 매운맛과 차별화된 풍미를 무기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K-팝 스타를 활용한 광고, SNS 중심의 마케팅이 더해지며 젊은 층과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다.
도요게이자이온라인은 “한국 라면은 고가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닛신은 고급 라인업 부재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짚었다. ● 닛신의 반격 가능할까
닛신식품홀딩스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와 미국 내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2026년 이후 주력 브랜드 강화와 저수익 제품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회복을 도모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라면의 전통적 강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과 트렌드를 사로잡은 한국 라면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닛신의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