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케네디센터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개명…민주당·케네디 가문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9일 11시 18분


워싱턴 D.C.에 있는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 로비를 방문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워싱턴 D.C.에 있는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 로비를 방문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문화전쟁’의 상징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장인 ‘케네디센터’가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이름을 바꾼다.

18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케네디 센터는 이날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기관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기념센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최측근을 중심으로 이사진을 새로 임명했다. 이날 케네디 센터 홈페이지는 기관명을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즉각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번 결정에 영광스럽고 놀랐다며 “매우 저명한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분이 제기한 사항으로, 구성원이 상당히 많은데도 만장일치 찬성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표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로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부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 당연직 위원인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며 “내가 우려를 표하고 질문을 하려 할 때마다 마이크가 음소거됐다”고 밝혔다.

케네디 가문도 반발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 손자인 조 케네디 3세 전 하원의원은 X를 통해 “케네디 센터는 서거한 대통령을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관으로, 연방법에 따라 케네디 대통령 이름을 딴 곳”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링컨 기념관 이름을 바꿀 수 없듯, 이곳의 이름도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의회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센터 이름을 ‘케네디 센터’로 변경했다. 연방법은 이사회가 1983년 12월 2일 이후 케네디 센터 공공 구역에 기념물을 추가하거나 기념비적 성격의 명판을 지정 및 설치하지 않도록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 다툼을 통해 이번 이사회 결정을 번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수퍼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법적으로 (센터 이름을 변경할) 방법은 전혀 없지만, 위법 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 또한 없다”고 CNN에 말했다. 센터나 센터 이사회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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