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고릴라가 관람객을 향해 달려들어 3겹 강화유리에 금이 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유리가 완전히 깨지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놀란 관람객들이 혼비백산 달아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15일 미국 abc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주말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일어났다. 휴일을 맞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든 가운데, 10살짜리 수컷 고릴라 ‘데니’가 전력으로 돌진해 보호유리를 들이받았다.
세 겹으로 된 강화 유리였지만, 육중한 무게가 실린 고릴라의 가격에 버티지 못했다. 강화 유리는 여러 갈래로 금이 갔다. 깜짝 놀란 관람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 청소년기 수컷 고릴라의 흔한 행동
현장에 있던 한 관객은 “너무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올려다보니 고릴라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객은 “처음엔 지진이 난 줄 알았다. 보안요원들이 바로 달려와 상황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고릴라도 다치지 않았다. 데니와 동료 고릴라는 수리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임시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동물원 측은 “수컷 고릴라, 특히 청소년기 고릴라는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젊은 수컷은 에너지가 폭발해 돌진, 물건 끌기, 옆으로 달리기 등이 모두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 “눈 똑바로 마주치는 것 삼가야”
특히 데니는 몇 주 전에 형제 고릴라가 심장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죽어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으로 동물원은 보고 있다.
샌디에이고대 영장류 행동 전문가인 에린 라일리 박사는 “고릴라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것을 위협으로 인식한다”며 “관람객이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자극할 때가 많다. 현장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자극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데니는 2014년 12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서부 로랜드 고릴라’다. 이 고릴라는 영장류 중에 가장 큰 종으로 분류된다. 수컷 성체의 무게는 최대 227kg에 달한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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