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마친 후 함께 양국 간 체결했던 협정서 사본을 들러보고 있다. 2025.04.15. 하노이=AP/뉴시스
14~18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순방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며 인공지능(AI)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반면 중국중앙(CC)-TV 등 중국 관영매체는 베트남 등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앞둔 국가들에게 “중국의 이익을 해지지 말라”고 위협했다. 중국이 동남아시아 주요국에 자신들의 반(反)미국 노선에 합류하라는 ‘회유’와 ‘압박’ 작전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최고 권력자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반대하고 세계 자유무역 체제와 공급망 안정을 지키자”고 촉구했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46%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받았지만 90일간 유예 처분을 받았다. 높은 상호관세의 배경으로 ‘베트남은 중국산 제품의 주요 우회 수출 통로’라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어 “작은 배는 거칠고 큰 파도를 지날 수 없고, 함께 배를 타고 가야만 멀리 나아갈 수 있다(同舟共濟·동주공제)”라고 강조했다. ‘동주공제’는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사이가 좋지 않던 오나라와 월나라가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 도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시 주석과 럼 서기장은 이날 AI, 철도, 검역, 문화·체육, 인재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45건의 양자 협력 문건도 체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럼 서기장 외에도 팜 민 찐 총리 등 베트남 주요 인사를 모두 만났다. 시 주석은 15일 다음 순방국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반면 13일 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엔탄톈’은 “누군가 중국의 이익을 미국에 대한 충성 표시로 사용한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중국과 베트남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치게(screw) 할까를 파악하기 위한 만남인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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