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미국과 러시아가 18일(현지 시간)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러시아는 별다른 양보 없이도 염원하던 국제사회 복귀에 가까워졌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간 외교 공관 운영을 정상화하고, 경제 협력 기회를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나라는 에너지와 우주탐사 관련 부문에서도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유럽은 러시아 제재 해제 논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간 러시아에 취해진 제재를 풀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옛 소련 시절부터 서방권을 상대해온 러시아의 베테랑 외교관들이 미국을 압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1970년부터 외교관으로 활동한 55년 경력의 베테랑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78·사진)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947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우샤코프 보좌관은 1998~2008년 주미 러시아대사를 지낸 ‘미국통’이다. 2012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 고문을 지내며 ‘푸틴의 복심’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함께 미국의 루비오 장관, 마이클 왈츠 백악관 안보보좌관, 스티븐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를 상대했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가 세계 최정상 외교 테이블에 올라 미국으로부터 조건을 제시하라는 요청을 받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회담 뒤 취재진에게 “양국 협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다루고 싶었던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논의했다”며 러시아의 협상 대상국은 오직 미국임을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을 의식해 ‘모든 당사국’이라고 표현한 것과 대조적이다.
1972년 외교부에 입부한 라브로프 장관 역시 2004년부터 현재까지 21년 넘게 외교부를 이끌고 있는 53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소련 붕괴 뒤 최장수 외교장관’이란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루비오 장관은 상원의원 출신으로 외교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했지만 지난달 21일 취임한 ‘초짜’ 장관이다. 하원의원 출신인 왈츠 보좌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루비오 장관과 왈츠 보좌관 모두 중동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로 유명한 윗코프 특사 역시 부동산 전문 변호사와 사업가 출신으로 외교 경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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