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거래?…트럼프 “우크라 지원 대가로 희토류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14시 27분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원금을 주는 대가로 희토류 광물을 제공받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전쟁 비용을 투입한 만큼 돌려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사업가적 거래 마인드’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미국과 통상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달라”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3000억 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거래를 하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훌륭한 희토류를 갖고 있고, 나는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 것들(지원)에 대한 담보로 희토류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고 불평하며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가 미국과) 최소한 같은 수준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희토류 광물과 전쟁 원조를 거래하자고 제안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거래적 외교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희토류 외교전’을 펼쳐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하자 파리로 갔고,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매장량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희토류 광물 거래에서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이러한 자원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만큼 충분한 안보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콕 집어 희토류를 언급한 건 중국과의 본격적인 통상 갈등이 시작됐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또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위해 희토류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도 관세 위협에 ‘희토류 무기화’로 대응했다.

●美, 국부펀드 조성…“1년 내에 펀드 출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를 조성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국부펀드는 국가의 자산 증식을 위해 정부가 소유 및 투자하는 기금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글로벌 무역과 투자를 왜곡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국부펀드를 조성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국부펀드를 조성하면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장 등에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중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국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점을 언급하며 “고속도로, 공항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나 제조업, 의료 연구 등 ‘위대한 국가적 사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펀드를 이용해) 틱톡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의회는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유예하면서 “틱톡 절반 이상의 소유권을 원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1년 내에 펀드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희토류#중국#통상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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