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국경 정책에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불법 이민자들이 “나쁜 유전자(bad genes)”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 측은 “살인자들을 지칭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민주당에선 “이민자 혐오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보수 성향의 라디오 ‘휴 휴잇 쇼’ 인터뷰 중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국경 정책을 “공산당식의 제도”라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는) 열린 국경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게끔 허용하고 있다. 그중 1만3000명은 살인자였다”고 주장하며 “살인자는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그런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의 주장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된 비시민권자의 수’ 자료를 근거로 한다. 이에 따르면, 7월 21일 기준 비(非)구금상태에서 추방 절차를 진행 중인 비시민권자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43만 5719명이다. 여기에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1만3099명이 포함된다. ICE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측은“(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42만 5000명의 범죄자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도록 내버려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 입국한 불법 이민자의 현황을 보여주지 않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CBS방송에 “데이터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난 40여년 간 입국한 사람들을 포함한다”며 “이들 중 대다수는 현 행정부 이전에 이미 구금 여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시민권자’에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불법 이민자 외에도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나 비자를 초과해 체류한 경우, 또는 특정 범죄로 인해 합법적으로 체류할 권리를 잃은 이민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MSNBC는 “트럼프 후보의 언행이 ‘인종주의’를 주장해 유대인 차별을 주도했던 나치 지도자 히틀러의 표현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7일 기준) 선거일이 29일 남은 시점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오랫동안 비판받아 온 주요 정당 후보로서는 매우 도발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로 국경 정책을 내세우며 반(反)이민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해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대선에서도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당시 백인 거주자가 많은 미네소타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여러분은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며 ‘경주마 이론’을 주장했다. 경주마 이론은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수한 경주마 혈통을 만들 수 있다는 ‘행동 유전학’에서 착안한 것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후보의 ‘나쁜 유전자’ 발언을 두고 “혐오스럽고, 역겹고, 부적절하며 우리 나라에선 설 자리가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가 언급한 대상은 ‘살인자’이지 이민자가 아니다”고 반박하며 “언론에서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살인자·강간범·불법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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