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20년만의 새 총리, 서민출신 웡 취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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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父子 51년 통치 막내려
웡 “美-中 사이서 균형점 찾을것”

2004년부터 장기 집권했던 리셴룽(李顯龍·72) 싱가포르 총리가 15일 퇴임했다. 같은 날 로런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52·사진)이 제4대 총리에 올랐다. 웡 신임 총리는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뒤 태어난 첫 지도자다. 그는 이날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건국 후 줄곧 집권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다. 총리는 PAP 지도부 내 논의를 거친 뒤 현직 총리가 지명한다. 정해진 임기도 없다. 웡 총리는 이러한 전례에 따라 2년 전 리 전 총리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웡 총리는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리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교육, 국가개발, 문화·공동체·청년부 장관 등을 지냈다.

그는 엘리트 가문 출신이 많은 싱가포르 정계에서 공공주택단지에서 태어난 서민 출신 관료라는 점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을 ‘책벌레, 애견인, 기타 연주자’라고 소개했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곡을 기타로 능숙하게 연주하는 동영상도 게재했다. 은행원 출신 부인이 있고 자녀는 없다.

그의 집권에도 리 전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 전 총리의 부친은 ‘싱가포르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1959∼1990년 집권) 초대 총리다. 두 부자의 집권 기간만 51년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리 전 총리가 아들 리훙이(李鴻毅·37)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 웡 총리에게 일종의 ‘징검다리 총리’ 역할을 맡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훙이는 현재 기술 분야 정부 산하기관의 이사로 있다.

웡 총리는 취임 전날인 14일 공개된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경청자, 조력자, 정직한 중개인’으로 규정했다. 총리 취임 후에도 재무장관직을 겸직하기로 한 점을 십분 활용해 주택, 의료 분야 등의 개혁을 통해 소득 재분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등으로 국제 정세가 격랑에 빠졌다며 “한쪽을 택하는 대신 균형점을 찾겠다”고 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싱가포르#서민출신#로런스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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