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탱크가 모스크바 한가운데… 전리품 자랑한 러시아의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5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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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광장에 전시된 미군 탱크. 유튜브 캡처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취임식, 최대 국경일로 꼽히는 9일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등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대대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획한 미국산 ‘에이브럼스 M1A1 전차’ 등을 수도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도 1일부터 한 달간 개최하기로 했다.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4일 경찰 수배자 목록에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 올렉산드르 파울류크 지상군 사령관 등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러시아 현지 경찰은 4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형사 사건으로 입건하고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지난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아동 등에 가해진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따른 앙갚음 성격이 짙다. 다만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관심을 끌기 위한 러시아의 절박한 선전”이라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1일부터 한 달간 모스크바 포클로나야 언덕에 있는 전쟁박물관 광장에서 ‘러시아군 전리품’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비롯해 호주, 영국, 독일 등의 전차와 장갑차 등 총 34점 등을 볼 수 있다.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전승기념일과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 등을 앞두고 러시아는 전쟁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들어 아우이디우카 등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를 속속 점령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전하던 지난해와 다르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한 러시아 군인은 국방부TV에 출연해 “모스크바 중심부에 미군 전차가 전시된 것은 적이 보고 싶어하지 않는 풍경”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또한 획득한 서방 무기들의 성능이 형편 없었으며, 이렇게 많은 전리품을 획득한 것은 러시아군의 성과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수치라고 주장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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