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외면하는 중국…‘더 강한 중국’이 대세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24일 14시 27분


코멘트

바비·오펜하이머 등 전세계 흥행작도 고전
中 영화 흥행 10위권에 할리우드 작품 '0'

한때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에 열광했던 중국 관객들이 최근 할리우드 영화를 외면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10개 영화 중 할리우드 영화는 단 한 편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 속편은 중국 시장에서 크게 흥행할 것으로 기대됐다. 전편이 중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만큼 속편은 미국보다 이틀 먼저 개봉하기도 했다.

아쿠아맨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 역시 홍보에 총력을 가했다. 중국판 틱톡(TikTok)인 더우인(Douyin)에 각종 영화 클립과 비하인드 영상을 올리고, 하얼빈 겨울 축제에 아쿠아맨 얼음 조각을 세웠다.

하지만 아쿠아맨 속편은 개봉 후 몇 주가 지났음에도 단 6000만 달러(약 804억원)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2018년 개봉했던 1편이 첫 주 주말에 낸 9000만 달러(약 1206억원)의 수익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에서 영화 전체 흥행 수익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억9300만달러(약 3885억원)의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흥행 실패는 아쿠아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 ‘분노의 질주’, ‘스파이더맨’ 등 대형 할리우드 기대작들이 중국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낸 10개의 영화 중엔 미국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중국 영화 데이터 제공 업체 마오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했던 ‘바비’와 ‘오펜하이머’ 모두 중국 박스오피스 30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 외교·무역 관계가 악화된 것에 따른 영향이다. 최근 미국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 개봉을 위해선 철저한 검열을 받아야 했다.

중국 역시 자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더 키우고자 하는 야망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은 자국 영화 제작자들이 집권 공산당의 교리에 부합하는 영화를 만들도록 격려하기도 했다. ‘장진호 전투’와 ‘늑대전사2’ 등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중 다수가 더 강하고 대담한 중국을 주제로 삼고 있다.

시 추안 상하이 영화협회 부회장은 “다수의 미국 영화 제작사가 중국을 언제나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겼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중국 영화 산업 매출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국 영화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이 중국에서 수억 달러를 벌던 시대는 지났다”며 할리우드 제작사들에 “중국 시장과 관객, 마케팅 방법, 그리고 중국의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