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 3명 中 2명 ‘도덕적 고통’ 받아…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9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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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서비스(NHS) 의료진 '도덕적 고통' 호소
열악한 현장서 사회 이면 마주하며 부정적 감정↑
의료협회 "의료진 정신 건강 문제 외면해선 안돼"

영국 의사 3명 중 2명이 영국공공의료서비스(NHS) 체제의 한계로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음에 ‘도덕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디언은 28일(현지 시간) 13만 9000명에 달하는 NHS 의사들이 NHS 재정 악화, 환자의 생활고 등 해결이 어려운 문제 때문에 환자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덕적 고통’을 느끼며 심리적 손상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NHS 의사 65%가 ‘도덕적 고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로서 직업적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좌절감으로 볼 수 있다. 의료진은 공공 의료 현장에서 긴 대기 줄, 의약품 고갈, 영양실조·저체온증 환자, 생활고 등 사회의 이면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목도하며 절망감에 빠진다. 필립 밴필드 영국의학혁회 교수는 “현재 NHS 의사 중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 의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스코틀랜드병원·치과방위협회(MDDUS)가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의사 16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의사의 72%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다고 답했다. 이어 많은 의사들이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 폭식, 폭음, 관계 갈등 등을 경험했다. 작년 NHS 의료진이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신청한 병가는 총 600만 일에 달한다.

이어서 의사들은 환자들의 적대감과 무시, 치료에 대한 기대 등을 ‘도덕적 고통’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한 의료진은 NHS의 시스템적 문제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 환자들이 가지게 된 심리·사회적 문제 등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은 현 의료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절반 이상(53%)이 팬데믹 전보다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25%는 조기 은퇴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의 책임은 의료 서비스의 품질과 의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적·신체적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NHS 측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NHS가 의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줄여 미래 인력을 충당하고, 현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해 퇴직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NHS 소속 의료인들은 작년 12월부터 수차례 임금 인상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영국 보건복지부는 최근 NHS 의료진의 처우 개선을 위한 직원 복지 계획과 장기 인력 충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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