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원 줄고 강도·약탈·기아·질병 급증…대재앙 임박”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8일 1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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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가격 20배…난민들 유엔 기구 보급창고 탈취
배급 차량도 약탈…인도주의 지원 더 이상 작동 못해
유엔 사무총장 안보리에 종전 논의 회의 소집권 발동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의 공공질서가 무너지면서 현지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이 어려움을 겪고 강도와 약탈이 증가하는 한편 기아와 질병이 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자 지구 북부에서 피신해온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 수천 명이 유엔난민기구(UNRWA) 보급 창고에 침입해 식량을 탈취했다. 이에 따라 UNRWA는 7일 배급할 식량이 바닥났다.

UNRWA는 구호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져 가자 지구 최남단 라파지역 이외 지역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극히 일부만 칸유니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이집트 국경 인접 지역을 넘어 지원을 보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도주의 위기가 크게 가중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가자 주민들은 경찰과 행정 기구가 사라져 구걸과 약탈이 늘어나면서 공포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힌다. 일부 운영되고 있는 시장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20배로 뛰는 등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전쟁 전에는 하마스 경찰이 순찰하면서 범죄를 엄하게 처벌했다.

마틴 그리피스 UN인도주의 지원국 대표는 가자 지구 남부에서도 지원품 공급이 간헐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배급 차량이 공격을 받고 약탈도 있다면서 “인도주의 지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케렘 샬롬을 통한 지원품 반입을 위한 이스라엘과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 난민 안전 대피 위해 매일 휴전토록 이스라엘에 촉구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 등을 통해 현지 주민들이 “안전 지역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음이 보장된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매일 일시 휴전을 하도록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으나 의지와 현실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안보리에 가자 위기가 세계적 위협임을 경고하는 권한을 발동했다.

그러자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구테흐스 총장의 안보리 소집 요구가 “하마스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과 인질 구출을 요구하는 국내적 압박이 커지면서 이스라엘군은 승리를 최대한 앞당기려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채텀하우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책임자 사남 바킬은 “이스라엘은 어떤 식으로든 승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로 인해 피해가 극대화 될 것이며 막대한 인명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인 틈에 숨어 있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힌다.

이스라엘군이 지난주 공격을 재개하면서 가자 남부를 공격하자 남부로 대피한 수십 만 명의 난민들이 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가자 주민 전체의 약 85%가 난민이며 학교, 병원, 야외에 몰려 있다고 유엔이 밝혔다. 세계식량기구(WFP)는 북부 주민 거의 절반과 남부의 난민들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재앙적 기아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특히 북부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거의 모두가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WFP “난민들 재앙적 기아에 시달린다”

가자 북부 가자 시티에서 중부 알누세이라트로 피난한 야스미네 가님(30)은 자신과 가족들이 빵을 다 먹어간다면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하기도 힘들지만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이 20배 오른 100달러라고 했다.

“아이들 포함해 가족이 14명이다. 내일 먹을 빵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유엔기구 대변인 타마라 알리파이는 가자시티에서 칸유니스로 피신한 난민들이 다시 라파로 피신하도록 명령하는 등 피난이 반복되면서 상황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라파 지역 인구가 전쟁 전의 3배인 1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라파의 유엔 대피소가 과밀해 처음으로 난민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 36곳 가운데 운영되는 곳이 절반으로 북부 병원 24곳 중 소규모 병원 2곳만 환자를 받고 있다.

가자 중부에서 알아크사병원을 운영하는 국경없는 의사회가 7일 처음으로 부상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24시간 동안 사망자 115명이 병원에 왔다고 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의 가자 지원 조율 책임자 엘라드 고렌 대령은 7일 “국제사회가 가자 주민들에게 대피 시설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매일 200대 이상의 트럭을 검문하고 있다면서 유엔이 이를 제대로 배급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엔은 전날 인도주의 지원 트럭 80대 만이 가자 지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휴전기간에는 하루 170대가 진입했으며 전쟁 전에는 하루 500대가 진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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