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니클로 소호 점포에 미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뉴욕=AP뉴시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핵심기업들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2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으며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대비 3.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물가가 오르던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정책목표 2%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5%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뺀 물가 지수다. 근원 PCE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 4.3%, 8월 3.8%에서 9월 3.7%, 10월 3.5%로 꾸준히 내림세를 보여왔다.
연준의 바람대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12월 12, 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하다. 금리 선물 거래를 통해 연준의 정책경로를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PCE 물가지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약 96%, 내년 5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을 약 80%로 점치고 있다. 한달 전만해도 5월 인하 가능성은 40% 안팎에 그쳤었다. 뱅크오브어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월가 금융사들은 6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12월 FOMC 회의 이후 공개될 점도표에서 인하 가능성이 시사될 지 관심이 쏠린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다우지수는 이날 전장대비 1.47%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11월 한달로 계산하면 8.8% 급등했다. 10월은 연준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국채금리 급등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지만 11월 들어 미 주요기업 실적 서프라이즈와 인플레이션 둔화 시그널이 이어진 덕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1월 한 달 동안 각각 8.9%, 10.7% 상승률을 보이는 등 시장은 10월 미 국채쇼크에서 벗어나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는 10월 들어 급격히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소비 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2%로 9월(0.7%)에 비해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영향이 지속되고, 정부 지원금 효과가 떨어지면서 미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만약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준이 더 편안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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