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소도시, 병상 10개 텐트가 유일한 병원… 살릴 사람도 치료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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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지진 이후 운영 중인 유일한 병원은 이 거대한 텐트뿐입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모로코 중부 소도시 아미즈미즈에서 의료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0일 이 같이 말했다. 아미즈미즈는 인구 1만 명 규모의 아틀라스 산맥 소도시로 진앙지에서 고작 20km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봤다. 의료구호 활동에 나선 이 단체 소속 존 존슨 씨는 “지진으로 약해진 병원 구조물이 여진으로 붕괴될 수 있어 의료진들이 합심해 텐트에 임시 병원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모로코 강진 닷새째인 12일(현지 시간) 부상자가 2562명으로 늘어났지만 기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들은 병상이 부족하고 의약품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미즈미즈에 세워진 이 임시 병원에는 병상이 10개 남짓 있다. 그마저도 절반만 텐트 그늘 막 아래 있고 나머지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알자지라는 “병상에 빈자리가 생기는 즉시 새로운 부상자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아미즈미즈보다 규모가 큰 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틀라스 산맥에서 가장 큰 도시인 타루단트의 종합병원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타루단트 인근 마을에 산다는 하피다 헤미드 씨는 “지진으로 등을 크게 다친 형수를 구급차에 태워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70시간 넘게 치료받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대도시 마라케시에서 일하는 의사 클레어 맥허히 씨는 “모로코는 평상시에도 의료자원이 부족해 심각한 의료 시스템 과부하 문제를 겪어왔다”며 “손이 부족해 의료진들이 금방 소진될 것”이라고 영국 BBC에 설명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11일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만 명의 어린이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옥 수천 채가 파괴돼 어린이와 가족들은 추운 밤에도 밖에 있어야 하고 병원과 학교도 무너져 장기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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