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있는 미국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JS) 기자의 석방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한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가 미국 시민 기자를 용납할 수 없는 구금을 한 것에 대해 미국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성명에서 해당 기자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미국법상 통상 미국 시민권자가 개인정보보호 면제에 서명하지 않는 한 국무부는 개인 이름을 공개할 수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리는 이날 성명이 게르시코비치를 지칭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러 외무장관 전화 통화는 앞서 지난달 30일 게르시코비치가 간첩 혐의로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체포됐다고 알려진 지 나흘만이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 먼저 전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은 지난달 2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전 이래 처음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이 사건을 정치화하는 데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그의 운명은 법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블링컨은 러시아연방에 대한 국제적 의무와 법에 입각해 러시아 당국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서방 언론이 이 사건에 정치적 색채를 부여하려는 명확한 의도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게르시코비치가 국가 기밀인 자국 방산업체 관련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모스크바 소재 FSB의 미결수 구금시설인 레포르토보 교도서에 수감 중이며 오는 5월29일 재판이 예정돼있다. 유죄 판결 시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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