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찰풍선, 美 핵격납고 상공 휘저어”… 美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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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간 피해 우려에 격추계획 접어
中 “상황 파악중… 신중하게 처리를”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서 포착된 중국 고고도 감시용 풍선의 모습. 빌링스=AP 뉴시스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 빌링스 상공에서 포착된 중국 고고도 감시용 풍선의 모습. 빌링스=AP 뉴시스
중국이 미국 영공에 감시정찰용 대형 풍선을 침투시켜 핵무기 격납고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으로 드러나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한때 격추를 준비시켰으며, 중국은 “상황을 파악 중”이라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 상공에 있는 고고도 감시용 풍선을 탐지해 추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고고도 감시 기구가 중국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적하고 있는 고고도 감시 풍선은 버스 3대를 합친 크기의 대형 기구(氣球)로 카메라 등 정찰장비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풍선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알류샨열도 인근에서 비행을 시작해 캐나다를 거쳐 미 북서부로 진입한 뒤 현재 480km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미 북서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150여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와 노스다코타주 미노 공군기지 등 핵 군사기지가 다수 포진돼 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비행 경로에는 다수 민감한 시설의 상공이 포함돼 있다”며 “이 풍선은 명백히 감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풍선 격추를 위해 F-22 전투기 등을 준비시켰으나 백악관의 결정에 따라 격추 계획을 접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안을 보고받고 군사적 옵션을 물었으나 격추 시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군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쌍방이 함께 냉정하고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주권국가의 영토와 영공도 침해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원론적 반응일 수 있으나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중국 정찰풍선#미국 핵격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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