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합류 美여성 “감옥 가더라도 고향 가고파”[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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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외교관 자녀, 美서 태어나 자라
대입 앞두고 IS 꼬임에 시리아로
IS대원과 세차례 결혼 등 환멸
아들과 친미 수용소 찾아 송환 호소

호다 무타나씨. AP 뉴시스
호다 무타나씨. AP 뉴시스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감옥에 가야 한다면 순순히 가겠습니다.”

20세 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입했던 미국 출신 여성 호다 무타나(28)는 미국 정부를 향해 이같이 호소했다. 무타나는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 수용소에서 전남편이었던 IS 대원과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아들과 머물고 있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주재 예멘 외교관의 딸인 무타나는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앨라배마에서 자랐다. 부모는 독실한 무슬림이다. 무타나는 대학 입학을 앞둔 2014년 돌연 IS에 합류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에 뜬 IS 광고에 접속하자 자신을 21세, 22세로 소개한 두 사람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와 “IS에 합류해야 진정한 무슬림의 의무를 다할 수 있고 그러지 않으면 종교가 나를 버릴 것”이라며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넘어간 무타나는 가족에게 여행을 간다며 집을 나와 튀르키예(터키)를 거쳐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경비는 몰래 빼돌린 대학 등록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시리아에 도착하자 무타나는 이들이 IS 소속 인신매매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이 데리고 간 숙소는 무타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 100여 명과 200여 명의 아이들로 북적였다.

무타나는 IS의 잔혹한 정체를 깨닫고 후회했다고 한다. IS는 생포한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불에 태워 살해하는 영상을 그에게 강제로 보도록 했다. 무타나가 “나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며 저항하자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이 돌아왔다고 한다.

숙소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IS 대원과 결혼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세 차례 IS 대원과 결혼했고 2016년경 아들을 낳았다. 무타나는 아이 양육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2015년 트위터에 자신의 미국 여권을 올리며 IS 합류를 권유했던 전력 탓에 미국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후 무타나는 세 번째 남편과 이혼한 뒤 2019년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친미 쿠르드족이 운영하는 시리아 수용소로 들어갔다. 무타나는 “미국 정부가 나를 어린 시절 순진했던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며 아들과 함께 입국을 허락해 달라고 애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is#극단주의#무장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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